돈 좀 굴려봅시다

주식 좀 시작하려는 사람이 접하게 되는 추천 도서 리스트에 항상 포함되어 있고, 리스트마다 제목이 에러라고 하는 책을 드디어 읽었다. 사실 예전부터 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괜찮다고들 해도 제목이 마음에 걸려서 안 읽고 있었는데, 2017년 8월 27일 재무제표 간단분석 강연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서 읽게 됐다.

이 책은 거시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이른 바 탑다운 투자를 설명하는 책이다. 자본집약적·수출 위주의 한국 시장은 거시 경제의 변화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 주식 시장에 선행하는 경제 지표와 지수를 이용하면 리스크를 피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표만 챙긴 후 기술적으로 투자하면 되므로 책은 “회사일로 바쁜 당신”에게 탑다운 투자를 권한다. 그래서 제목이 ‘돈 좀 굴려봅시다’가 된 모양인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챙겨야 할 거시경제지표로 인구, 경기순환,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등을 들고 있다. 저자인 홍춘욱 박사님의 책을 몇 권 읽었고 블로그도 계속 구독하고 있는 터라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통계를 찾아서 정리해볼 수 있어서 지루한 독서는 아니었다. 다만 책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세부적인 지표 또는 지수의 이름을 찾는 것에서 시간이 좀 걸렸다.

여태까지 내가 읽었던 홍 박사님의 책에는 ‘채찍 효과’가 빠지지 않는데, 이 책은 특히 자세히 설명했다. 3개 장을 털어서 공급 사슬의 하류에 있을수록 수요 변화에 민감하고, 선진국에 자본집약적·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는 선진국의 수요 변동에 요동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주식 시장, 유가, 환율과 연관되어 자세히 설명한다. 자세한 설명 덕분에 달러/원 환율 하락이나 유가 상승이 한국 주식 시장에 불리하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거시 경제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경기 변동과 재고 순환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 투자를 제안한다. 나는 아직까지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종목을 분석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책에서 말하는 ‘매크로 스윙 트레이딩’까지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책의 전반부에서 설명된 통계나 지수는 챙기면서 참고하려고 한다. 그리고 주식 책에 언급하는 분산 투자가 이제는 좀 와닿는다. 잔소리도 계속 들으면 설득되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거시경제와 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나니 그 필요성을 체감한 것 같다.

감정의 성장

유명한 경구 중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Paul Bourget의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감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생존을 위해 갖게 된 감정뿐만 아니라 성장하며 갖게 된 감정은 삶의 모든 순간에 개입한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감정을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감정의 성장’은 감정을 자각하고 끊임없이 성장시켜가야 함을 말해준다. 물질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면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성장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핍으로 인해 형성되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감정을 책에서는 ‘핵심감정’이라고 한다. 의식하지 않는다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핵심감정에 반응할 뿐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의식적으로 응답할 수 있다면 핵심감정으로 인한 문제는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의 성장’은 꾸준히 그리고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은 심리학적 치료/상담에 있어서 기본으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이름의 명상으로까지 확립되어 있다. 대학교에서 심리학 전공 수업을 듣던 시절부터 꾸준히 나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보고 듣고 읽었지만 딱히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정말 성장하고 싶다면 잠들기 전에 흑역사가 떠오르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노력해야 한다. 다만 이 책은 성장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금 잘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대인관계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구절이 많았다. 내향적인 사람을 위한 책인 ‘콰이어트’처럼 “내향적이어도 괜찮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어색한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향적이어도 괜찮은 것 같다.

감정의 성장은 감정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성장은 어느 지점에 도달해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도달해야 할 단계가 명확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나가야 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성장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입니다. 우리 모두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각자 도달할 수 있는 성장의 지점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드러나는 삶의 모습은 저마다 독특해서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한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생기는 기쁨과 열정, 고통과 분노, 미움과 용서, 헌신과 책임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짊어지는 것입니다. 나무가 사계절을 반복하는 동안 나이테를 만들어가며 성장하듯이 관계 안에서 사랑, 미움, 화해, 용서, 이해 등이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이면서 관계는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관계를 피하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을 피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이유로 관계를 피하는 습관이 있다면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관계 안에 머무르면서 우선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반응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관찰해보기를 권합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계 안에 있을 때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로부터 달아나지 않고 견뎌야 합니다. 어색함을 감추려고 과장해서 너스레를 떨거나 섣불리 대화를 주도하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자연스러운 것이 관계를 더 힘들게 만듭니다. 서서히 서로 길들여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관계 안에 머무르십시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익숙함과 친밀감도 함께 쌓일 것이고 이것이 관계를 점점 단단하게 할 것입니다.

치과의사 피트씨의 똑똑한 배당주 투자

대세가 된(?) 배당주 투자에 대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단순히 시가배당률뿐만 아니라 국채 금리도 함께 고려하여 주가가 적정 수준인지 체크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책에서는 이것을 ‘국채시가배당률’이라고 하고 공식은 “시가배당률÷국고채 금리(3년)”이다.

주식 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은 자본이득과 배당수익으로 성장기인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의 증가, 오너 일가의 재산 증식 등의 이유로 주주친화적인 배당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거기에 저금리 추세가 더해져 배당주의 매력이 높아진다.

배당수익률은 DPS(Dividend Per Share)를 주가로 나눈 값이다. 배당을 줄인다는 것은 경영이 악화된다는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배당은 일정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배당수익률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주가가 고평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배당주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금리의 영향을 주가 판단에 반영하기 위해 국채시가배당률을 사용한다. 국채시가배당률 역시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주가가 고평가되었음을 나타낸다.
-국채시가배당률 = 시가수익률÷국고채 금리(3년) = DPS ÷ 주가 ÷ 국고채 금리(3년) = DPS ÷ (주가 × 국고채 금리(3년))

저자는 국채시가배당률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둔 사례를 설명한다. 어떤 투자 방식이든 100%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배당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도 한계는 존재하는 듯하다. 역시 배당을 강조하는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에서는 배당수익률을 검토하기 전에 검토할 만한 기업을 고르는 기준을 먼저 제시한다. 이 기준에는 ’12년’이 언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경기 사이클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 배당주 중 12년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는 그리 많이 않을 듯하다. 그리고 국채시가배당률을 현재 주가에 적용하려면 EPS(Earning Per Share)를 추측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배당주를 접하게 됐고, 주가가 고가인지 저가인지를 따져볼 수 있는 툴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국채시가배당률을 사용하고 있고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 중이다. 그리고 단순히 배당에 대한 언급만 하지 않고, Top down 관점에서 경기를 살피는 법, 시장이 과열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법도 소개하고 있어 유용하게 활용 중이다.

저자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시고 강연도 활발히 하고 계신 듯하다. 나도 8월말에 있을 강연에 갈 예정이다.

배당주 투자의 7가지 체크 포인트

① 사업현황
② 사업의 수익성 & 재무건전성
③ 배당현황
④ 지배구조 & 경영진 평판
⑤ 주가 수준(저평가 여부)
⑥ 금융시장의 상황(4장 참조)
⑦ 우선주 발행 여부

부동산은 끝났다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사회수석인 김수현 수석이 이명박정부 시기에 쓴 책이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의 반성과 당시 이미 실패의 기미가 보였던 뉴타운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제목은 “끝났다”지만, 부동산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던 분들보다는 온건하고 정확하게 현상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다만 글이 좀 장황한 맛이 있고, 2011년에 출간된 책이라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감안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채상욱 애널리스트의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를 읽어서 장황한 부분은 휙휙 지나쳤다.

한국 부동산의 쟁점과 부동산 정책, 외국의 부동산 정책을 톺아 본 후에 다음과 같은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은 안 된다. 부동산 세금의 원칙을 정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가계와 은행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은 부동산 경기보다 우선하는 가치이다. 본인의 노력에 의하지 않은 개발이익은 공공과 나눠야 한다.” 장기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 보인 부동산 정책을 보면(그 외의 정책도 마찬가지로) 너무 급하게 가는 느낌이 있다. 책에서도 앞서 말한 원칙의 실현을 위해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했으나, 저작과 정책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확인하고 싶다면 읽을 만한 책이겠으나, 너무 장황한 감이 있어 부동산에 대한 입문서로는 부적합한 것 같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독특한 공공주택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데는 자가 소유 촉진을 통해 리콴유 수상이 주창한 ‘자산소유 민주주의’를 달성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저렴주택 공급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축소, 건설업을 통한 미숙련 노동력 훈련, 종전 인종별 분리 공간의 통합, 전통적 가족구조의 장려,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발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목적이 포함되었다. 또한 이는 정치적으로도 인민행동당의 일당 지배를 정당화시키고, 국가주의적 발전국가 논리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 결국 공공주택은단순히 복지 정책에 그친 것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었고 사회통합과 국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핵심 수단이었다.

자가 소유를 기대하는 만큼 늘릴 수 없고, 공공임대도 빨리 늘리기 어렵다면 어떻게든 민간임대주택이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할 도리밖에 없다. 이를 다주택자 문제로만 이해해서 무조건 집을 팔도록 세금이나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은 결코 해답이 아니다. 또한 다주택자 문제를 그러한 이념 문제의 영역에 남겨둘 경우, 이를 사라져야 할 점유 형태로 간주하면서 민간임대시장을 제대로 규제하거나 지원하는 데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 그 비중이 어떻게 되든 민간임대주택은 향후 국민들의 주거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영역이다. 이를 미워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새우당

새우당 옆의 호돌이 식당 ©Jaehojaeho

샤로수길 끝자락에 있는 새우당에 다녀왔다.

워낙에 소셜 미디어와 블로그를 통해 노출이 많이 된 곳이고, 후기/소개하는 사람마다 ‘오픈 30분 전에 가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갔다. 오픈 약 30분 전인 오전 11시 28분에 도착하니 예닐곱 팀 정도가 대기 중이었다.

감바스 알 아히요, 14,000원 ©Jaehojaeho

10분쯤 기다리니 웨이팅 리스트를 적을 수 있는 종이가 놓였고 나와 동행은 7번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을 적고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근처 카페에서 주스를 마셨다. 오픈 10분 전인 11시 50분에 카페에서 다시 가게로 돌아왔는데, 새우당 옆 가게를 가로막을 만큼 긴 줄이 생겨서 깜짝 놀랐다. 10분여를 기다려 오픈 시간이 됐을 때, 나와 동행은 오픈할 때 수용할 수 있는 마지막 순서로 가게에 들어갔다.

레몬갈릭 새우 덮밥, 9,000원 ©Jaehojaeho

나와 동행은 감바스 알 아히요, 레몬갈릭 새우 덮밥, 칠리 새우 덮밥을 주문했다. 맨 처음으로 나온 감바스는 새우, 통마늘, 올리브유만으로 만든, 기본적이고 나쁘지 않은 요리였다. 이어 나온 레몬갈릭 새우 덮밥은 너무 상큼한 맛이어서 새우에는 어울려도 덮밥으로는 별로였다. 칠리 새우 덮밥은 사실상 토마토 소스 새우 덮밥이 정확한 듯했으나 새우와도 밥과도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참고했던 후기/소개에 양이 적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감바스를 추가로 주문해서 그런지 나와 동행 모두 밥은 남기고 왔다.

칠리 새우 덮밥, 9,000원 ©Jaehojaeho

전반적으로 간단한 조리법을 새우의 탱글탱글함으로 이겨나가는 듯했고, 그래서 맛은 있었으나 몇 시간씩 기다려서 먹을 맛인지는 모르겠다. 샤로수길의 끝에 있어서 다시 오기도 어려울 듯하고, 누군가가 샤로수길의 신기한 음식점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 이상 다시 가는 일은 없을 듯하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오픈을 기다리며 슬쩍 봤던 호돌이 식당과 새우당의 차이였다. 호돌이 식당은 건강한 음식들(?)을 파는 가게로 보이는데,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할저씨 서너 명이 모여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리적 위치는 같으나 타겟의 차이, 미디어 노출 여부에 따라 음식점이 이렇게 차이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련됨과 노쇠함의 명확한 대비로 읽혀서 한편으로는 마음 한 편이 쓸쓸하기도 했다.

LINE이 카메라 앱을 4개나 서비스하는 이유

Cnet Japan과 LINE에서 카메라 마케팅을 총괄하는 쿠즈시마 사토코(葛島智子)씨와의 인터뷰 ‘LINE이 카메라 앱을 4개나 서비스하는 이유’의 일부 번역. 마케팅 담당과의 인터뷰라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없다…

-왜 4개나 되는 카메라 앱을 서비스하고 있나요?

의도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Foodie의 경우, 음식에 특화된 형태기 때문에 별개의 앱으로 구분하는 게 유저에게 편리하지 않을까, 카테고리별로 앱을 서비스해서 유저에게 받아들여질까 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를 LOOKS가 B612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유저의 반응을 알게 되면 LOOK의 기능을 B612에 포함시키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유저들은 여러 개의 카메라 앱을 구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앱을 서비스함으로써 ‘늘 쓰이는’ 카메라 앱이 되는 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카메라 앱은 LINE의 전략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까? 수익화(monetization)도 고려하고 계신가요?

카메라 앱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앱 자체의 수익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LINE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시징 앱 LINE은 텍스트/이모티콘의 플랫폼이지만, 사진과 동영상은 B612로 활성화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유통량을 늘리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즐거움이었지만, 요즘에는 친구들이 모인 장소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즐겁게 하기 위해 얼굴 인식 필터나 AR필터 등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또 촬영한 사진을 LINE으로 공유해서 또 커뮤니케이션이 생기게 합니다.

카메라 앱은 트렌드의 이동이 빨라서 갑자기 인기가 있었다가 갑자기 인기가 식어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층은 트렌드에 따라 다른 앱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릴리즈 이후 2년 반이 지나도 지금의 지표를 유지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는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B612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서 이후로도 유저의 니즈에 맞는 트렌드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 인터뷰 후에 LINE의 100% 자회사인 LINE Plus가 보유한 카메라 앱 서비스(B612, LINE Camera, Foodie, LOOKS)의 사업의 자산/부채/권리를 물적분할 후 Snow에 흡수합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Snow는 대가로 LINE Plus에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흡수합병 전 Snow의 지분율은 네이버 75%, LINE 25%였는데, 흡수합병이 완료되면 네이버 51.4%, LINE 17.1%, LINE Plus 31.5%로 지분율이 변동된다. 사업 효율화 이외의 목적은 없는 듯하다.

새로운 형태의 IM이 될 가능성을 보이는 SNOW의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썰을 풀 수도 있지만 더 구체적인 것은 이후에 말하는 게 안전할 듯하다. 카테고리별 복수의 카메라 앱을 서비스함으로써 사진/동영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유저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아무런 의미 없는, 해석은 안전할 것 같다.

설득할 만한 혁신

by Dan Mason, flickr
by Dan Mason, flickr

HBR 코리아에서 ‘블록체인에 관한 진실’을 읽었다. 블록체인은 차세대 기반기술로서 법률, 계약 등의 분야에서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기반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기반기술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 단계에 앞서 ‘단일 용도’ 또는 ‘제한적 용도’에서부터 기반기술의 적용을 시작해야 한다는, 다소 당연한 이야기의 아티클이다.

©️HBR 코리아
©️HBR 코리아

이 아티클에서 재밌었던 것은 기반기술이 자리잡고 혁신을 낳는 과정을 TCP/IP로 설명한 점이다. TCP/IP는 누구든 패킷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TCP/IP 이전에는 연결된 노드 사이만 통신할 수 있는 폐쇄 네트워크에서 제한된 통신만 가능했다. TCP/IP 기술은 연구 기관, 기업 등의 제한된 영역에 우선 적용되었다. WWW, 브라우저, 웹 서버/인터넷 서비스 개발 언어, 검색 엔진 등의 등장과 함께 TCP/IP는 제한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보급됐고, 이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를 대체하는 비즈니스(CNET, Amazon, Priceline, Expedia 등)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반기술이 확실히 보급되자 기존 비즈니스의 대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판에서 가능한 비즈니스(Napster, Skype 등)까지 나타났다.

올해 한국 IT 비즈니스에 있어서 뚜렷한 트렌드는 없어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요즘의 화두는 AI다. 대화형 UI, 음성인식 등 AI를 바탕으로 한 각종 기술들은 차세대 기반기술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AI가 부각된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AI와 관계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까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적용될 기술 중 가장 가시적인 것은 자율주행이다. 단순히 IT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법률, 도덕 문제까지 건드리는 미래 기반기술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너무 흔한 이야기이지만)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을 0단계(완전 수동)에서 4단계(완전 자율주행)의 5단계로 구분하고 있고, 현재의 기술은 2단계(통합 기능 자동화)과 3단계(제한된 자율주행 자동화)의 사이에 있다고들 한다.

CES 2017에서 각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차치하더라도, 기술이 확산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이들 기업이 가전 쇼에서 신나게 IR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 와중에 토요타는 자율주행 컨셉트 차량 이름을 ‘TOYOTA Concept-愛i’로 붙이는 아재 개그를 뽐내기도 했다).

부분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BCG Perspectives
부분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BCG Perspectives

이런 IR과 반대로 닛산은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을 선보였다. 요약하자면, 엘리베이터가 평소에는 작동을 위한 사람 없이도 잘 운영되다가 고장이 났을 때만 엔지니어가 필요한 것처럼, 평소에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다가 도저히 기계가 모두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원격 지원을 받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처럼 장애물이 가득한 공사 현장에서 현장요원이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라고 하는 상황에서 운전을 온전히 기계에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을 것이다.

©️Nissan
©️Nissan

IT 비즈니스가 만들어내는 혁신은 비가역적인 도심을 재건축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군가는 조합 설립을 결사 반대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감정평가가 마음에 안들 것이며, 누군가는 프리미엄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감내하며 혁신을 ‘설득’해내려면 기존 것보다 100배는 좋은, 정말로 혁신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 국가 단위로 혁신을 볼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탄핵 가결 이후의 대통령만큼이나 불투명하다.

[번역] ‘아니오’라고 하는 것의 미덕

WSJ.D Live 컨퍼런스에서의 WSJ의 편집장 Gerad Baker와 MS의 CEO Satya Nadella의 대담
WSJ.D Live 컨퍼런스에서의 WSJ의 편집장 Gerad Baker와 MS의 CEO Satya Nadella의 대담

by Adam Lashinsky, ‘Fortune’ 선임기자

최고의 테크 기업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능하다. ‘아니오’라고 하는 것은 故스티브 잡스의 주문이었는데, 잡스는 애플이 좋은 아이디어에 ‘예’라고 하기보다 ‘아니오’라고 하는 편이 더 많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잡스는 매끈한 모서리와 우아한 프레젠테이션만큼 집중과 자제를 소중히 여겼다.

테크 업계와 다른 업계에서 딜에 대한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결국 M&A는 ‘네’라고 하는 것이다: 네, 합칠게요, 네, 더 할게요, 네, 빚도 지죠, 네, 성장을 위해 성장할게요.

월요일 밤 나의 눈에 띈 부정의 고갱이가 두 개 있었는데, 두 개 모두 월스트리트 저널이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하고 있는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550억 달러의 가치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벼락부자가 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DVD 렌탈 서비스로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퀄리티 TV 프로그램을 보유하는 데에 환장한 것처럼 보이는 넷플릭스가 뉴스와 스포츠는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헤이스팅스가 말한 것이다(WSJ의 컨퍼런스 취재는 여기서 볼 수 있음).

비슷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야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율주행차량 전략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명백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자인 애플과 구글이 자율주행차량에 넋이 나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 질문을 할 생각할 하지 않았을 것이다. WSJ의 존경할 만한 Greg Bensinger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율주행차량 전략은 마이크로소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인 Azure였다. 해석은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시적 유행에 ‘아니오’라고 하고 대신 ‘네’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 이들에게 클라우드컴퓨팅을 팔고 싶다.

지나치게 ‘네’라고 하는 것의 결과는 여지없이 오만이다. 삼성이 어떻게 가련한 갤럭시 노트 7의 리콜을 낳았는지에 대한 WSJ의 상세한 분석에서 삼성이 애플을 너무나도 이기고 싶었던 나머지 최신 스마트폰의 이름을 정할 때 “삼성은 6을 건너뛰고 애플의 스마트폰과 직접적인 비교가 이어지는 7로 결정했다”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나고 보니, 그 아이디어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신중했을 것이다.

*Fortune에서 매일 발송하는 FORTUNE Data sheet 10월 25일 내용임.
-FORTUNE Data sheet 구독 신청: http://fortune.com/getdatasheet/
*한국어로 잘 읽히는 게 목적이므로 의역 많음.

원문
The virtue of saying no

The very best technology companies excel at saying no. This was, after all, the mantra of the late Steve Jobs, who liked to say that Apple said no to more good ideas than it said yes to. He prized focus and discipline almost as much as smooth edges and elegant presentations.

With all the dealmaking hullaballoo going on right now in tech and many other industries, I got to thinking about the importance of saying no. After all, the M&A game is all about saying yes: Yes to combining, yes to doing more, yes to debt, yes to growth for the sake of growth.

So it was that two nuggets of negation jumped out at me Monday night, both from a tech-industry conference that The Wall Street Journal is hosting in Southern California. Reed Hastings, CEO of Netflix, suddenly a showbiz-industry pipsqueak valued at a mere $55 billion, said his service would maintain its focus on entertainment. Netflix, which seemed batty when it started commissioning quality TV shows and the like after starting out as a DVD rental service, will eschew news and sports, said Hastings. (Read and watch coverage of The WSJ’s conference here.)

Similarly, Satya Nadella, CEO of Microsoft, had a demonstrative response when asked about his company’s self-driving car strategy. No one would have thought to ask that question if Microsoft competitors Apple and Google weren’t both gaga over autonomous vehicles. Nadella’s car strategy, according to The WSJ’s estimable Greg Bensinger, is Azure, Microsoft’s cloud-computing business. Translation: Microsoft is saying no to this fad and instead will hope to sell computer time to those who feel compelled to say yes.

A corollary to being overly agreeable is outright hubris. A gripping blow-by-blow description, also in The WSJ, of how Samsung blew the recall of its woeful Galaxy Note 7 reveals that Samsung was so keen to best Apple that in naming its newest smartphone “the company decided to skip the number 6 and jump straight to 7, a name change that would invite direct comparisons with Apple’s model.” In hindsight, saying no to that idea would have been prudent.
[번역] ‘아니오’라고 하는 것의 미덕 더보기

부모공부

lesson

소셜 미디어에서 극찬을 받는 책이기에 육아는커녕 결혼도 불투명함에도 출간되자마자 읽어봤다. 하지만 학부 심리학 전공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들의 짜깁기인 것 같아 조금 읽다가 그만뒀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두 달 전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하는 시기였고 학부 수준의 얕은 지식을 반복할 만한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두 달 후에 다시 읽어 보니 예전에 배웠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게 좋았다. 그래도 여전히 ‘”모든 부모”를 위한 종합 양육 교양서’라는 마케팅 문구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학부에서 이중전공으로 심리학을 배우면서 ‘부모 탓’을 참 많이 하게 됐다. 심리학 수업에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등에 대한 여러 설명을 배웠다. 그중 빠지지 않는 설명은 양육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적겠지만, 원만하지 못하고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나를 많이 미워했다. 그리고 이렇게 미운 나를 키운 부모를 참 많이 원망했다.

이 책에서는 이 세상에 ‘완벽하지 못한 부모’가 있는 게 아니라 ‘최악의 조건에서조차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그러나 때로는 실수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나의 부모도 당신들의 부모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물려받은 마음의 짐을 지고 나를 키워냈다는 것은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이다.

이 책은 “한 번의 큰 성공보다 일관성 있는 작은 행동이 위대함을 결정한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지 능력이 조금 뛰어나다고 어릴 때부터 들들 볶지 말고 꾸준히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꾸준히 책을 읽어 주고, 아이에게 꾸준히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나의 부모는 책을 많이 읽어주거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다만 들들 볶지는 않았고-계가기 없었기도 했지만- 내가 허우적거려도 끝까지 지켜봐 줬다. 만약 내가 부모가 된다면 나의 부모만큼도 할 자신이 없다.

부모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좋은 부모가 될 자신도 없다. 그래도 ‘부모공부’를 읽고 느낀 것은 인내심을 갖고 내 자신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생활하고 올바르게 감정을 표현하며 꾸준히 나를 돌보는 것. 지나간 어린 시절과 부모를 탓하지 말고 아직 미숙한 나를 스스로 키워내야 한다.

이 책은 다음의 8가지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1. 나는 아이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얼마나 주고 있는가?
2. 나는 아이에게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3. 나는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만큼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4. 나는 아이에게 ‘심리적 자유감’을 주고 있는가? 아이가 내 눈치를 너무 보고 있지 않은가?
5. 아이와의 진정성 있는 교제시간(놀이, 대화, 스킨십)은 얼마나 되는가?
6. 아이는 얼마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7. 아이가 가지고 있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아이에게 어떠한 삶의 목적을 가르쳐주고 있는가?
8. 나는 진정 행복한가? 행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 자신을 아이이자 부모로 생각하고 자문해도 유효한 질문이다.

도쿄東京 여행 -3- 음식들

도쿄 여행을 다녀온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뒤늦게라도 다녀왔던 음식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다. 이걸 쓴다고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없지만 다음의 검색 쿼리에 그나마 읽을 만한 것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다. 여행 당시에 내가 음식점을 찾는 방법은 “지역 이름” + “음식”으로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이었고, 검색 결과에서 가장 위에 나오는 타베로그 랭킹을 기준으로 찾아다녔다. 보면 알겠지만 사치스럽게 먹지 않는 스타일이라 B급 구루메 위주이긴 하다.

이 포스트를 쓰면서 도쿄 여행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1) 더 오래 도쿄에서 머무를 생각을 못 한 것, 2) 더 많은 것을 먹지 못한 것이다. 두 달 전의 여행 이후 살이 급격히 찌고 체중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다. 혹시라도 여행을 준비하며 이 포스트를 보는 분들이 계신다면 도쿄를 듬뿍 즐겨주세요.

다이몬大門의 모토노야のもと家

모노토야의 로스카츠 정식 ©Jaehojaeho
모노토야의 로스카츠 정식 ©Jaehojaeho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처음 한 일이 모토노야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보통 타베로그의 5점 만점 별점에서 3점 이상 받으면 무난한 가게인데 이 가게는 4점에 육박하는 가게여서 걱정 없이 찾아가게 됐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니 11시쯤이어서 런치 타임 개시인 11시 30분까지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걱정하다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어 오픈 시간보다 일찍 가게에 갔다.
로스카츠만 클로즈업 ©Jaehojaeho
로스카츠만 클로즈업 ©Jaehojaeho

11시 15분쯤 가게에 도착했는데 벌써 내 앞에 10명 정도는 줄을 서 있었다. 오픈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숫자 안에는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빨리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로스까스 정식이었다. 고기가 두툼한 것뿐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튀김집까지 바삭했다. 이 가게 덕분에 도쿄 여행의 첫 인상이 참 좋았다.

미나미 아오야마南青山의 미야카와みや川

템푸라 정식 기본 상차림. 점점 튀김이 나온다. ©Jaehojaeho
템푸라 정식 기본 상차림. 점점 튀김이 나온다. ©Jaehojaeho

모노토야에서 점심을 먹고서 바로 아오야마에 있는 네즈미술관에 갔다. 네즈미술관 근처의 음식점을 찾다가 템푸라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미야카와를 알게 됐다. 디너와 런치의 가격 차이가 꽤 컸는데 아무래도 동선상 런치든 디너든 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단념했다. 하지만 의외로 길을 헤매지 않고 빨리빨리 다니게 되어 모노토야에서 돈카츠를 먹은 지 몇 시간 안 되어 템푸라 정식을 먹게 됐다.

예전에 도쿄에 출장을 왔을 때 배가 고파서 아무렇게나 들어간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더니 템푸라 정식이 나왔었다. 차례차례 튀김을 주는데 당황해서 이게 마지막 튀김인가 계속 긴장하면서 먹어서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미야카와는 작정하고 갔던 곳이라 겉은 바삭하지만 원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깔끔한 템푸라를 즐길 수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도 친절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해주고, 나갈 때 우산을 두고 왔는데도 30m 정도를 달려와서 직접 우산을 건네줬다. 네즈 미술관도 좋았고 미야카와도 좋았다.

니시신주쿠의 멘야 쇼麺屋翔

멘야 쇼 ©Jaehojaeho
멘야 쇼 ©Jaehojaeho

오후에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들어가서 한숨 자고 다시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신주쿠에 갔는데 사실 원래의 계획은 저녁을 먹고 신주쿠의 오모이데요코초思い出横丁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사정으로 오모이데요코초에 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신주쿠에서 라멘을 먹고 왔다. 멘야 쇼는 신주쿠 역에서 꽤 떨어져있는 곳으로 헤매면서 가느라 약 15분은 걸어간 것 같다. 멘야 쇼까지 가는 길에 참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지만 하나 같이 한산했다. 그래서 멘야 쇼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멘야 쇼의 시오라멘. ©Jaehojaeho
멘야 쇼의 시오라멘. ©Jaehojaeho

내가 먹은 것은 시오라멘으로 가게 이름답게(翔는 한국식 훈음으로 돌아날 상) 닭육수 라멘이었다. 돈코츠 스프와는 또 다른 식으로 부드럽고 진한 맛이었다. 다만 면을 너무 숙성시킨 탓인지 삭힌 맛이 심해서 먹기가 좀 힘들었다.

우에노역의 규노치카라牛の力

규노치카라, 소의 힘 ©Jaehojaeho
규노치카라, 소의 힘 ©Jaehojaeho

호텔 조식권을 끊지 않아서 아침으로 먹으러 간 식당이었다. 우에노 역에 있기는 한데, JR 야마노테센의 우에노역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게다가 이 식당 다음에 갈 곳이 우에노 공원이므로 다시 왔던 만큼 돌아가야 하는 동선이라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완전 기본 규동을 시켰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아 나질 않는다 ©Jaehojaeho
완전 기본 규동을 시켰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아 나질 않는다 ©Jaehojaeho

하지만 규동 자체는 맛있었다. 기본적인 규동이지만 흠잡을 때가 없었고 시치미를 뿌려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여행 후 1달 2주가 지났을 때 한창 이 가게에서 먹었던 규동 맛이 자꾸 생각나서 고역이었다. 아마 우에노는 또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때 또 갈 듯하다.

아사쿠사의 요시카미ヨシカミ

너무 맛있어서 송구하지 말입니다 ©Jaehojaeho
너무 맛있어서 송구하지 말입니다 ©Jaehojaeho

갓파주방도구거리에서 아사쿠사까지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 들어간 식당이었다. 1951년에 개업한 역사가 있는 식당이고, 가게 천막에 ‘너무 맛있어서 송구합니다’라고 쓰여있길래 주저 없이 들어갔다.
스테키 스테키 ©Jaehojaeho
스테키 스테키 ©Jaehojaeho

히레 스테이크 정식을 먹었는데 식감은 좋았으나 너무 짰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꽤 여러 번 일본 여행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식당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꽤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대실패였다.

아사쿠사의 다이코쿠야大黒家

다이코쿠야의 텐동 ©Jaehojaeho
다이코쿠야의 텐동 ©Jaehojaeho

별로 관심 없지만 유명한 센소지浅草寺를 휘뚜루마뚜루 돌아본 후 간 식당이었다. 사실 다이코쿠야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염두에 뒀으니 동선이 안 맞을 것 같아 포기했던 가게였다. 하지만 빠르게 센소지를 돌아본 덕분에 텐동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물론 1일 최소 4식이라는 여행 중의 방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이코쿠야의 텐동은 한국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맛이었다. 사실 텐동이 실패하기가 참 힘든 게 우선 튀김이 옳고 튀김 위에 뿌리는 소스 자체도 옭기 때문이다. 돈부리가 망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유다. 1일 4식이 방침이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가장 기본인 텐동을 시켰는데 튀김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시킬 걸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든다.

긴자의 에이오아이AOI(エイ・オ・アイ)

AOI(에이오에이)의 함박 스테이크 정식 ©Jaehojaeho
AOI(에이오에이)의 함박 스테이크 정식 ©Jaehojaeho

AOI지만 ‘아오이’가 아니라 ‘에이오아이’로 읽어야 한다. 긴자에 있다고 하기에는 좀 민망스러울 정도로 긴자의 번화가로부터는 좀 떨어져있다. 함박 스테이크 가게로 2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곳이다. 자판기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커피 쿠폰을 주는데 다음 방문에 쓸 수 있으면서도 일주일 안에 사용해야 한다. 함박 스테이크와 밥을 따로 담아주는데 뛰어난 맛은 아니더라도 꽤 먹을 만 했다.

긴자의 루팡ルパン

긴자의 어느 골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의 간판 ©Jaehojaeho
긴자의 어느 골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의 간판 ©Jaehojaeho

다자이 오사무가 왔다는 긴자의 바로 꽤 깊숙한 골목에 있어서 찾아가기 약간 힘들었다. 지하 1층에 있는 고풍스러운 바이긴 한데 가격이 꽤 높다. 아주 이르지도 아주 늦지도 않은 시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혼자 가서 멀뚱히 술만 마시기 그래서 여행 중의 감상을 종이에 쓰고 나니 딱히 할 없기도 했고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한 잔만 마시고 나왔다. 메뉴판의 가격에 서비스료가 붙는다는 걸 몰랐는데 한 잔만 마셔서 다행이었다.

츠키지 시장의 스시다이すし大

츠키지에 있는 스시다이 본점 ©Jaehojaeho
츠키지에 있는 스시다이 본점 ©Jaehojaeho

츠키지 시장은 보통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보통이고 일본 식당의 점심은 오후 2시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오후에 츠키지에 갔기 때문에 타베로그 랭킹 상위권 중 2시 이후에 하는 식당에 가야해서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사실 코스로 나오는 스시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아주 비싸지 않은 가격에 괜찮은 스시를 먹고 왔다.

다이몬의 리시콘부 라멘 쿠로오비利尻昆布ラーメン くろおび

쿠로오비의 쇼유 라멘 ©Jaehojaeho

마지막 날 호텔에 짐을 맡겨 놓고 짐을 찾으러 가기 전에 간,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다이몬 바로 앞에 있는 라멘 가게였는데 쇼유 라멘이 아주 짜지도 않고 부드러웠다. 멘마가 진짜 독특한 맛이었다. 1일 4식째만 아니었다면 교자도 함께 먹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