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당

새우당 옆의 호돌이 식당 ©Jaehojaeho

샤로수길 끝자락에 있는 새우당에 다녀왔다.

워낙에 소셜 미디어와 블로그를 통해 노출이 많이 된 곳이고, 후기/소개하는 사람마다 ‘오픈 30분 전에 가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갔다. 오픈 약 30분 전인 오전 11시 28분에 도착하니 예닐곱 팀 정도가 대기 중이었다.

감바스 알 아히요, 14,000원 ©Jaehojaeho

10분쯤 기다리니 웨이팅 리스트를 적을 수 있는 종이가 놓였고 나와 동행은 7번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을 적고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근처 카페에서 주스를 마셨다. 오픈 10분 전인 11시 50분에 카페에서 다시 가게로 돌아왔는데, 새우당 옆 가게를 가로막을 만큼 긴 줄이 생겨서 깜짝 놀랐다. 10분여를 기다려 오픈 시간이 됐을 때, 나와 동행은 오픈할 때 수용할 수 있는 마지막 순서로 가게에 들어갔다.

레몬갈릭 새우 덮밥, 9,000원 ©Jaehojaeho

나와 동행은 감바스 알 아히요, 레몬갈릭 새우 덮밥, 칠리 새우 덮밥을 주문했다. 맨 처음으로 나온 감바스는 새우, 통마늘, 올리브유만으로 만든, 기본적이고 나쁘지 않은 요리였다. 이어 나온 레몬갈릭 새우 덮밥은 너무 상큼한 맛이어서 새우에는 어울려도 덮밥으로는 별로였다. 칠리 새우 덮밥은 사실상 토마토 소스 새우 덮밥이 정확한 듯했으나 새우와도 밥과도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참고했던 후기/소개에 양이 적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감바스를 추가로 주문해서 그런지 나와 동행 모두 밥은 남기고 왔다.

칠리 새우 덮밥, 9,000원 ©Jaehojaeho

전반적으로 간단한 조리법을 새우의 탱글탱글함으로 이겨나가는 듯했고, 그래서 맛은 있었으나 몇 시간씩 기다려서 먹을 맛인지는 모르겠다. 샤로수길의 끝에 있어서 다시 오기도 어려울 듯하고, 누군가가 샤로수길의 신기한 음식점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 이상 다시 가는 일은 없을 듯하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오픈을 기다리며 슬쩍 봤던 호돌이 식당과 새우당의 차이였다. 호돌이 식당은 건강한 음식들(?)을 파는 가게로 보이는데,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할저씨 서너 명이 모여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리적 위치는 같으나 타겟의 차이, 미디어 노출 여부에 따라 음식점이 이렇게 차이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련됨과 노쇠함의 명확한 대비로 읽혀서 한편으로는 마음 한 편이 쓸쓸하기도 했다.

LINE이 카메라 앱을 4개나 서비스하는 이유

Cnet Japan과 LINE에서 카메라 마케팅을 총괄하는 쿠즈시마 사토코(葛島智子)씨와의 인터뷰 ‘LINE이 카메라 앱을 4개나 서비스하는 이유’의 일부 번역. 마케팅 담당과의 인터뷰라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없다…

-왜 4개나 되는 카메라 앱을 서비스하고 있나요?

의도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Foodie의 경우, 음식에 특화된 형태기 때문에 별개의 앱으로 구분하는 게 유저에게 편리하지 않을까, 카테고리별로 앱을 서비스해서 유저에게 받아들여질까 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를 LOOKS가 B612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유저의 반응을 알게 되면 LOOK의 기능을 B612에 포함시키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유저들은 여러 개의 카메라 앱을 구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앱을 서비스함으로써 ‘늘 쓰이는’ 카메라 앱이 되는 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카메라 앱은 LINE의 전략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까? 수익화(monetization)도 고려하고 계신가요?

카메라 앱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앱 자체의 수익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LINE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시징 앱 LINE은 텍스트/이모티콘의 플랫폼이지만, 사진과 동영상은 B612로 활성화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유통량을 늘리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즐거움이었지만, 요즘에는 친구들이 모인 장소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즐겁게 하기 위해 얼굴 인식 필터나 AR필터 등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또 촬영한 사진을 LINE으로 공유해서 또 커뮤니케이션이 생기게 합니다.

카메라 앱은 트렌드의 이동이 빨라서 갑자기 인기가 있었다가 갑자기 인기가 식어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층은 트렌드에 따라 다른 앱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릴리즈 이후 2년 반이 지나도 지금의 지표를 유지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는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B612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서 이후로도 유저의 니즈에 맞는 트렌드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 인터뷰 후에 LINE의 100% 자회사인 LINE Plus가 보유한 카메라 앱 서비스(B612, LINE Camera, Foodie, LOOKS)의 사업의 자산/부채/권리를 물적분할 후 Snow에 흡수합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Snow는 대가로 LINE Plus에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흡수합병 전 Snow의 지분율은 네이버 75%, LINE 25%였는데, 흡수합병이 완료되면 네이버 51.4%, LINE 17.1%, LINE Plus 31.5%로 지분율이 변동된다. 사업 효율화 이외의 목적은 없는 듯하다.

새로운 형태의 IM이 될 가능성을 보이는 SNOW의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썰을 풀 수도 있지만 더 구체적인 것은 이후에 말하는 게 안전할 듯하다. 카테고리별 복수의 카메라 앱을 서비스함으로써 사진/동영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유저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아무런 의미 없는, 해석은 안전할 것 같다.

설득할 만한 혁신

by Dan Mason, flickr
by Dan Mason, flickr

HBR 코리아에서 ‘블록체인에 관한 진실’을 읽었다. 블록체인은 차세대 기반기술로서 법률, 계약 등의 분야에서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기반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기반기술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 단계에 앞서 ‘단일 용도’ 또는 ‘제한적 용도’에서부터 기반기술의 적용을 시작해야 한다는, 다소 당연한 이야기의 아티클이다.

©️HBR 코리아
©️HBR 코리아

이 아티클에서 재밌었던 것은 기반기술이 자리잡고 혁신을 낳는 과정을 TCP/IP로 설명한 점이다. TCP/IP는 누구든 패킷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TCP/IP 이전에는 연결된 노드 사이만 통신할 수 있는 폐쇄 네트워크에서 제한된 통신만 가능했다. TCP/IP 기술은 연구 기관, 기업 등의 제한된 영역에 우선 적용되었다. WWW, 브라우저, 웹 서버/인터넷 서비스 개발 언어, 검색 엔진 등의 등장과 함께 TCP/IP는 제한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보급됐고, 이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를 대체하는 비즈니스(CNET, Amazon, Priceline, Expedia 등)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반기술이 확실히 보급되자 기존 비즈니스의 대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판에서 가능한 비즈니스(Napster, Skype 등)까지 나타났다.

올해 한국 IT 비즈니스에 있어서 뚜렷한 트렌드는 없어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요즘의 화두는 AI다. 대화형 UI, 음성인식 등 AI를 바탕으로 한 각종 기술들은 차세대 기반기술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AI가 부각된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AI와 관계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까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적용될 기술 중 가장 가시적인 것은 자율주행이다. 단순히 IT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법률, 도덕 문제까지 건드리는 미래 기반기술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너무 흔한 이야기이지만)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을 0단계(완전 수동)에서 4단계(완전 자율주행)의 5단계로 구분하고 있고, 현재의 기술은 2단계(통합 기능 자동화)과 3단계(제한된 자율주행 자동화)의 사이에 있다고들 한다.

CES 2017에서 각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차치하더라도, 기술이 확산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이들 기업이 가전 쇼에서 신나게 IR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 와중에 토요타는 자율주행 컨셉트 차량 이름을 ‘TOYOTA Concept-愛i’로 붙이는 아재 개그를 뽐내기도 했다).

부분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BCG Perspectives
부분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BCG Perspectives

이런 IR과 반대로 닛산은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을 선보였다. 요약하자면, 엘리베이터가 평소에는 작동을 위한 사람 없이도 잘 운영되다가 고장이 났을 때만 엔지니어가 필요한 것처럼, 평소에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다가 도저히 기계가 모두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원격 지원을 받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처럼 장애물이 가득한 공사 현장에서 현장요원이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라고 하는 상황에서 운전을 온전히 기계에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을 것이다.

©️Nissan
©️Nissan

IT 비즈니스가 만들어내는 혁신은 비가역적인 도심을 재건축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군가는 조합 설립을 결사 반대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감정평가가 마음에 안들 것이며, 누군가는 프리미엄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감내하며 혁신을 ‘설득’해내려면 기존 것보다 100배는 좋은, 정말로 혁신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 국가 단위로 혁신을 볼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탄핵 가결 이후의 대통령만큼이나 불투명하다.

[번역] ‘아니오’라고 하는 것의 미덕

WSJ.D Live 컨퍼런스에서의 WSJ의 편집장 Gerad Baker와 MS의 CEO Satya Nadella의 대담
WSJ.D Live 컨퍼런스에서의 WSJ의 편집장 Gerad Baker와 MS의 CEO Satya Nadella의 대담

by Adam Lashinsky, ‘Fortune’ 선임기자

최고의 테크 기업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능하다. ‘아니오’라고 하는 것은 故스티브 잡스의 주문이었는데, 잡스는 애플이 좋은 아이디어에 ‘예’라고 하기보다 ‘아니오’라고 하는 편이 더 많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잡스는 매끈한 모서리와 우아한 프레젠테이션만큼 집중과 자제를 소중히 여겼다.

테크 업계와 다른 업계에서 딜에 대한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결국 M&A는 ‘네’라고 하는 것이다: 네, 합칠게요, 네, 더 할게요, 네, 빚도 지죠, 네, 성장을 위해 성장할게요.

월요일 밤 나의 눈에 띈 부정의 고갱이가 두 개 있었는데, 두 개 모두 월스트리트 저널이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하고 있는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550억 달러의 가치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벼락부자가 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DVD 렌탈 서비스로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퀄리티 TV 프로그램을 보유하는 데에 환장한 것처럼 보이는 넷플릭스가 뉴스와 스포츠는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헤이스팅스가 말한 것이다(WSJ의 컨퍼런스 취재는 여기서 볼 수 있음).

비슷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야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율주행차량 전략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명백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자인 애플과 구글이 자율주행차량에 넋이 나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 질문을 할 생각할 하지 않았을 것이다. WSJ의 존경할 만한 Greg Bensinger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율주행차량 전략은 마이크로소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인 Azure였다. 해석은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시적 유행에 ‘아니오’라고 하고 대신 ‘네’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 이들에게 클라우드컴퓨팅을 팔고 싶다.

지나치게 ‘네’라고 하는 것의 결과는 여지없이 오만이다. 삼성이 어떻게 가련한 갤럭시 노트 7의 리콜을 낳았는지에 대한 WSJ의 상세한 분석에서 삼성이 애플을 너무나도 이기고 싶었던 나머지 최신 스마트폰의 이름을 정할 때 “삼성은 6을 건너뛰고 애플의 스마트폰과 직접적인 비교가 이어지는 7로 결정했다”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나고 보니, 그 아이디어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신중했을 것이다.

*Fortune에서 매일 발송하는 FORTUNE Data sheet 10월 25일 내용임.
-FORTUNE Data sheet 구독 신청: http://fortune.com/getdatasheet/
*한국어로 잘 읽히는 게 목적이므로 의역 많음.

원문
The virtue of saying no

The very best technology companies excel at saying no. This was, after all, the mantra of the late Steve Jobs, who liked to say that Apple said no to more good ideas than it said yes to. He prized focus and discipline almost as much as smooth edges and elegant presentations.

With all the dealmaking hullaballoo going on right now in tech and many other industries, I got to thinking about the importance of saying no. After all, the M&A game is all about saying yes: Yes to combining, yes to doing more, yes to debt, yes to growth for the sake of growth.

So it was that two nuggets of negation jumped out at me Monday night, both from a tech-industry conference that The Wall Street Journal is hosting in Southern California. Reed Hastings, CEO of Netflix, suddenly a showbiz-industry pipsqueak valued at a mere $55 billion, said his service would maintain its focus on entertainment. Netflix, which seemed batty when it started commissioning quality TV shows and the like after starting out as a DVD rental service, will eschew news and sports, said Hastings. (Read and watch coverage of The WSJ’s conference here.)

Similarly, Satya Nadella, CEO of Microsoft, had a demonstrative response when asked about his company’s self-driving car strategy. No one would have thought to ask that question if Microsoft competitors Apple and Google weren’t both gaga over autonomous vehicles. Nadella’s car strategy, according to The WSJ’s estimable Greg Bensinger, is Azure, Microsoft’s cloud-computing business. Translation: Microsoft is saying no to this fad and instead will hope to sell computer time to those who feel compelled to say yes.

A corollary to being overly agreeable is outright hubris. A gripping blow-by-blow description, also in The WSJ, of how Samsung blew the recall of its woeful Galaxy Note 7 reveals that Samsung was so keen to best Apple that in naming its newest smartphone “the company decided to skip the number 6 and jump straight to 7, a name change that would invite direct comparisons with Apple’s model.” In hindsight, saying no to that idea would have been pru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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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공부

lesson

소셜 미디어에서 극찬을 받는 책이기에 육아는커녕 결혼도 불투명함에도 출간되자마자 읽어봤다. 하지만 학부 심리학 전공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들의 짜깁기인 것 같아 조금 읽다가 그만뒀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두 달 전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하는 시기였고 학부 수준의 얕은 지식을 반복할 만한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두 달 후에 다시 읽어 보니 예전에 배웠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게 좋았다. 그래도 여전히 ‘”모든 부모”를 위한 종합 양육 교양서’라는 마케팅 문구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학부에서 이중전공으로 심리학을 배우면서 ‘부모 탓’을 참 많이 하게 됐다. 심리학 수업에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등에 대한 여러 설명을 배웠다. 그중 빠지지 않는 설명은 양육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적겠지만, 원만하지 못하고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나를 많이 미워했다. 그리고 이렇게 미운 나를 키운 부모를 참 많이 원망했다.

이 책에서는 이 세상에 ‘완벽하지 못한 부모’가 있는 게 아니라 ‘최악의 조건에서조차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그러나 때로는 실수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나의 부모도 당신들의 부모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물려받은 마음의 짐을 지고 나를 키워냈다는 것은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이다.

이 책은 “한 번의 큰 성공보다 일관성 있는 작은 행동이 위대함을 결정한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지 능력이 조금 뛰어나다고 어릴 때부터 들들 볶지 말고 꾸준히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꾸준히 책을 읽어 주고, 아이에게 꾸준히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나의 부모는 책을 많이 읽어주거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다만 들들 볶지는 않았고-계가기 없었기도 했지만- 내가 허우적거려도 끝까지 지켜봐 줬다. 만약 내가 부모가 된다면 나의 부모만큼도 할 자신이 없다.

부모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좋은 부모가 될 자신도 없다. 그래도 ‘부모공부’를 읽고 느낀 것은 인내심을 갖고 내 자신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생활하고 올바르게 감정을 표현하며 꾸준히 나를 돌보는 것. 지나간 어린 시절과 부모를 탓하지 말고 아직 미숙한 나를 스스로 키워내야 한다.

이 책은 다음의 8가지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1. 나는 아이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얼마나 주고 있는가?
2. 나는 아이에게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3. 나는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만큼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4. 나는 아이에게 ‘심리적 자유감’을 주고 있는가? 아이가 내 눈치를 너무 보고 있지 않은가?
5. 아이와의 진정성 있는 교제시간(놀이, 대화, 스킨십)은 얼마나 되는가?
6. 아이는 얼마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7. 아이가 가지고 있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아이에게 어떠한 삶의 목적을 가르쳐주고 있는가?
8. 나는 진정 행복한가? 행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 자신을 아이이자 부모로 생각하고 자문해도 유효한 질문이다.

도쿄東京 여행 -3- 음식들

도쿄 여행을 다녀온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뒤늦게라도 다녀왔던 음식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다. 이걸 쓴다고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없지만 다음의 검색 쿼리에 그나마 읽을 만한 것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다. 여행 당시에 내가 음식점을 찾는 방법은 “지역 이름” + “음식”으로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이었고, 검색 결과에서 가장 위에 나오는 타베로그 랭킹을 기준으로 찾아다녔다. 보면 알겠지만 사치스럽게 먹지 않는 스타일이라 B급 구루메 위주이긴 하다.

이 포스트를 쓰면서 도쿄 여행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1) 더 오래 도쿄에서 머무를 생각을 못 한 것, 2) 더 많은 것을 먹지 못한 것이다. 두 달 전의 여행 이후 살이 급격히 찌고 체중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다. 혹시라도 여행을 준비하며 이 포스트를 보는 분들이 계신다면 도쿄를 듬뿍 즐겨주세요.

다이몬大門의 모토노야のもと家

모노토야의 로스카츠 정식 ©Jaehojaeho
모노토야의 로스카츠 정식 ©Jaehojaeho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처음 한 일이 모토노야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보통 타베로그의 5점 만점 별점에서 3점 이상 받으면 무난한 가게인데 이 가게는 4점에 육박하는 가게여서 걱정 없이 찾아가게 됐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니 11시쯤이어서 런치 타임 개시인 11시 30분까지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걱정하다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어 오픈 시간보다 일찍 가게에 갔다.
로스카츠만 클로즈업 ©Jaehojaeho
로스카츠만 클로즈업 ©Jaehojaeho

11시 15분쯤 가게에 도착했는데 벌써 내 앞에 10명 정도는 줄을 서 있었다. 오픈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숫자 안에는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빨리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로스까스 정식이었다. 고기가 두툼한 것뿐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튀김집까지 바삭했다. 이 가게 덕분에 도쿄 여행의 첫 인상이 참 좋았다.

미나미 아오야마南青山의 미야카와みや川

템푸라 정식 기본 상차림. 점점 튀김이 나온다. ©Jaehojaeho
템푸라 정식 기본 상차림. 점점 튀김이 나온다. ©Jaehojaeho

모노토야에서 점심을 먹고서 바로 아오야마에 있는 네즈미술관에 갔다. 네즈미술관 근처의 음식점을 찾다가 템푸라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미야카와를 알게 됐다. 디너와 런치의 가격 차이가 꽤 컸는데 아무래도 동선상 런치든 디너든 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단념했다. 하지만 의외로 길을 헤매지 않고 빨리빨리 다니게 되어 모노토야에서 돈카츠를 먹은 지 몇 시간 안 되어 템푸라 정식을 먹게 됐다.

예전에 도쿄에 출장을 왔을 때 배가 고파서 아무렇게나 들어간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더니 템푸라 정식이 나왔었다. 차례차례 튀김을 주는데 당황해서 이게 마지막 튀김인가 계속 긴장하면서 먹어서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미야카와는 작정하고 갔던 곳이라 겉은 바삭하지만 원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깔끔한 템푸라를 즐길 수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도 친절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해주고, 나갈 때 우산을 두고 왔는데도 30m 정도를 달려와서 직접 우산을 건네줬다. 네즈 미술관도 좋았고 미야카와도 좋았다.

니시신주쿠의 멘야 쇼麺屋翔

멘야 쇼 ©Jaehojaeho
멘야 쇼 ©Jaehojaeho

오후에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들어가서 한숨 자고 다시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신주쿠에 갔는데 사실 원래의 계획은 저녁을 먹고 신주쿠의 오모이데요코초思い出横丁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사정으로 오모이데요코초에 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신주쿠에서 라멘을 먹고 왔다. 멘야 쇼는 신주쿠 역에서 꽤 떨어져있는 곳으로 헤매면서 가느라 약 15분은 걸어간 것 같다. 멘야 쇼까지 가는 길에 참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지만 하나 같이 한산했다. 그래서 멘야 쇼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멘야 쇼의 시오라멘. ©Jaehojaeho
멘야 쇼의 시오라멘. ©Jaehojaeho

내가 먹은 것은 시오라멘으로 가게 이름답게(翔는 한국식 훈음으로 돌아날 상) 닭육수 라멘이었다. 돈코츠 스프와는 또 다른 식으로 부드럽고 진한 맛이었다. 다만 면을 너무 숙성시킨 탓인지 삭힌 맛이 심해서 먹기가 좀 힘들었다.

우에노역의 규노치카라牛の力

규노치카라, 소의 힘 ©Jaehojaeho
규노치카라, 소의 힘 ©Jaehojaeho

호텔 조식권을 끊지 않아서 아침으로 먹으러 간 식당이었다. 우에노 역에 있기는 한데, JR 야마노테센의 우에노역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게다가 이 식당 다음에 갈 곳이 우에노 공원이므로 다시 왔던 만큼 돌아가야 하는 동선이라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완전 기본 규동을 시켰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아 나질 않는다 ©Jaehojaeho
완전 기본 규동을 시켰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아 나질 않는다 ©Jaehojaeho

하지만 규동 자체는 맛있었다. 기본적인 규동이지만 흠잡을 때가 없었고 시치미를 뿌려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여행 후 1달 2주가 지났을 때 한창 이 가게에서 먹었던 규동 맛이 자꾸 생각나서 고역이었다. 아마 우에노는 또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때 또 갈 듯하다.

아사쿠사의 요시카미ヨシカミ

너무 맛있어서 송구하지 말입니다 ©Jaehojaeho
너무 맛있어서 송구하지 말입니다 ©Jaehojaeho

갓파주방도구거리에서 아사쿠사까지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 들어간 식당이었다. 1951년에 개업한 역사가 있는 식당이고, 가게 천막에 ‘너무 맛있어서 송구합니다’라고 쓰여있길래 주저 없이 들어갔다.
스테키 스테키 ©Jaehojaeho
스테키 스테키 ©Jaehojaeho

히레 스테이크 정식을 먹었는데 식감은 좋았으나 너무 짰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꽤 여러 번 일본 여행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식당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꽤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대실패였다.

아사쿠사의 다이코쿠야大黒家

다이코쿠야의 텐동 ©Jaehojaeho
다이코쿠야의 텐동 ©Jaehojaeho

별로 관심 없지만 유명한 센소지浅草寺를 휘뚜루마뚜루 돌아본 후 간 식당이었다. 사실 다이코쿠야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염두에 뒀으니 동선이 안 맞을 것 같아 포기했던 가게였다. 하지만 빠르게 센소지를 돌아본 덕분에 텐동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물론 1일 최소 4식이라는 여행 중의 방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이코쿠야의 텐동은 한국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맛이었다. 사실 텐동이 실패하기가 참 힘든 게 우선 튀김이 옳고 튀김 위에 뿌리는 소스 자체도 옭기 때문이다. 돈부리가 망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유다. 1일 4식이 방침이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가장 기본인 텐동을 시켰는데 튀김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시킬 걸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든다.

긴자의 에이오아이AOI(エイ・オ・アイ)

AOI(에이오에이)의 함박 스테이크 정식 ©Jaehojaeho
AOI(에이오에이)의 함박 스테이크 정식 ©Jaehojaeho

AOI지만 ‘아오이’가 아니라 ‘에이오아이’로 읽어야 한다. 긴자에 있다고 하기에는 좀 민망스러울 정도로 긴자의 번화가로부터는 좀 떨어져있다. 함박 스테이크 가게로 2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곳이다. 자판기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커피 쿠폰을 주는데 다음 방문에 쓸 수 있으면서도 일주일 안에 사용해야 한다. 함박 스테이크와 밥을 따로 담아주는데 뛰어난 맛은 아니더라도 꽤 먹을 만 했다.

긴자의 루팡ルパン

긴자의 어느 골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의 간판 ©Jaehojaeho
긴자의 어느 골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의 간판 ©Jaehojaeho

다자이 오사무가 왔다는 긴자의 바로 꽤 깊숙한 골목에 있어서 찾아가기 약간 힘들었다. 지하 1층에 있는 고풍스러운 바이긴 한데 가격이 꽤 높다. 아주 이르지도 아주 늦지도 않은 시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혼자 가서 멀뚱히 술만 마시기 그래서 여행 중의 감상을 종이에 쓰고 나니 딱히 할 없기도 했고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한 잔만 마시고 나왔다. 메뉴판의 가격에 서비스료가 붙는다는 걸 몰랐는데 한 잔만 마셔서 다행이었다.

츠키지 시장의 스시다이すし大

츠키지에 있는 스시다이 본점 ©Jaehojaeho
츠키지에 있는 스시다이 본점 ©Jaehojaeho

츠키지 시장은 보통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보통이고 일본 식당의 점심은 오후 2시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오후에 츠키지에 갔기 때문에 타베로그 랭킹 상위권 중 2시 이후에 하는 식당에 가야해서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사실 코스로 나오는 스시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아주 비싸지 않은 가격에 괜찮은 스시를 먹고 왔다.

다이몬의 리시콘부 라멘 쿠로오비利尻昆布ラーメン くろおび

쿠로오비의 쇼유 라멘 ©Jaehojaeho

마지막 날 호텔에 짐을 맡겨 놓고 짐을 찾으러 가기 전에 간,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다이몬 바로 앞에 있는 라멘 가게였는데 쇼유 라멘이 아주 짜지도 않고 부드러웠다. 멘마가 진짜 독특한 맛이었다. 1일 4식째만 아니었다면 교자도 함께 먹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도쿄東京 여행 -2- 아오야마, 아사쿠사, 츠키지

아오야마 인근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네즈미술관 입구. ©Jaehojaeho
네즈미술관 입구. ©Jaehojaeho

도부철도東武鉄道의 창업자 네즈 가이치로根津嘉一朗가 수집한 유물들을 전시한 미술관으로 미나미 아오야마南青山에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중국 한 나라 시대의 청동 유물을 다수 전시 중이었다.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크기가 큰 유물이어서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감명 깊지는 않았다.

네즈미술관의 정원. ©Jaehojaeho
네즈미술관의 정원. ©Jaehojaeho

입장료(1,100엔) 값어치를 하는 것은 유물이 아닌 미술관 뒤에 있는 정원이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정원 곳곳에 유물이 배치되어 있다. 날씨가 좋았을 때 갔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슬비가 내리는 한적한 산책도 나쁘지 않았다. 도쿄에 또 올 일이 있다면 다시 오고 싶다. 가을에 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사쿠사 일대

갓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갑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Jaehojaeho
갓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Jaehojaeho

주방 관련 각종 도구를 파는 상점 거리다. 갓파바시 도구 거리의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갓파바시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하급 무사들이 부업으로 만들었던 비옷(雨合羽, あまガッパ)을 말리던 다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合羽川太郎라는 사람이 이 지역이 조금의 비에도 홍수가 나는 것을 안타까워해서 사재를 털어 치수 공사를 했으나 진척이 되지 않자 스미다강隅田川의 갓파(河童, 물에 사는 요괴)가 밤마다 공사를 도와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어느 쪽이 진짜 유래인지는 모르겠으나 갓파바시 도구 거리의 캐릭터는 물의 요괴인 갓파를 사용하고 있다.

갓파바시의 식품 샘플 전문샵 마이주루まいずる ©Jaehojaeho
갓파바시의 식품 샘플 전문샵 마이주루まいずる ©Jaehojaeho

갓파바시 도구 거리에서는 그릇, 조리도구뿐만 아니라 음식점에 붙이는 나무판, 천, 음식점 유니폼까지 판다. 정말 사고 싶은 그릇들이 많았지만 기내용 캐리어를 갖고 오기도 했고 유리 제품을 들고 오는 것이 불안하므로 지름 욕구를 억누르느라 고생했다. 심지어 식품 모양을 파는 가게도 있다. 모조리 사오고 싶었으나 작은 라멘 모형 하나를 사 오는 것으로 자제했다. 음식 모형들이 크기는 작지만 가격들이 상당한 편이다. 갓파바시 도구 거리는 우에노에서 아사쿠사로 가는 길에 있어서 스카이트리가 보이기도 한다.

센소지浅草寺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센소지 앞 ©Jaehojaeho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센소지 앞 ©Jaehojaeho

이상하게도 일본의 사찰이나 진자神社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본의 옛 모습이 잘 담겨있다는 아사쿠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센소지에 갔다. 큰 홍등이 있는 가미나리문雷門이나 연기를 쐬면 건강해진다는 화로 등이 유명하지만 1960년대에 재건된 사찰에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서양인들이나 중국인 정도일 것이다. 재건됐다 해도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뭔가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센소지 앞에 상가들이 늘어서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속리산 등산로에 있는 기념품 가게와 다를 바가 없어서 별 감흥이 없었다. 스미다 강이 지척인 센소지에서도 스카이트리가 보이는데 그게 볼거리였다.

츠키지 일대

츠키지 장외 시장築地場外市場

츠키지 장외 시장 간판 ©Jaehojaeho
츠키지 장외 시장 간판 ©Jaehojaeho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수산물 경매 시장인 츠키지 시장은 새벽에 가야 제맛이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없는 나는 장이 파할 때쯤에야 갈 수 있었다. 츠키지 시장에는 새벽의 활기찬 경매 시장뿐만 아니라 해산물 가게와 해산물 음식점이 즐비한 츠키지 장외 시장도 있기 때문에 늦게 가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들은 파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열었던 해산물 가게 ©Jaehojaeho
다른 시장들은 파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열었던 해산물 가게 ©Jaehojaeho

하지만 내가 시장에 도착한 오후 3시쯤에는 역외 시장도 문을 닫는 분위기였다. 츠키지 시장은 올해 11월에 이전할 예정이므로 참치를 경매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평생 놓친 셈이다. 이 사실을 2015년 9월에 알았지만 내가 새벽에 일어날 일은 절대 없으므로 수산 시장에서 경매하는 모습은 츠키지 시장을 포함해서 어디서든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츠키지 시장이 이전해도 츠키지 장외 시장은 남기로 했으니 도쿄에서 수산물을 먹고 싶은 관광객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겨도 좋을 것 같다. 걸어가기엔 조금 멀기는 하지만, 어쨌든 긴자銀座까지 걸어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시장이 있다는 것은 도쿄가 항구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츠키지 혼간지築地本願寺

츠키지 혼간지의 본당 ©Jaehojaeho
츠키지 혼간지의 본당 ©Jaehojaeho

츠키지 시장에 가기 위해 히비야선 츠키지 역에서 내려서 걷다 보니 우연히 보게 됐다. 언뜻 봐서 그저 근대문화유산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정토신종浄土真宗의 사찰이었다. 1923년의 관동대지진 때 일어난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의 본당은 1934년에 준공된 것이다. 인도 양식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이미 아시아의 패자로 등극한 ‘일본의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건물의 외양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특이하다.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성당과 같이 긴 의자도 있어서 마치 성당 같다. 내가 경험한 츠키지 혼간지와 가장 비슷한 사찰은 논산훈련소 때 종교활동 때 갔던 호국 연무사다. 물론 호국 연무사와 달리 츠키지 혼간지는 적막했다.
본당 내부 ©Jaehojaeho
본당 내부 ©Jaehojaeho

도쿄東京 여행 -1- 시바 공원, 우에노 공원

정든 직장을 떠나 새로운 직장에 가기 전 짧은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다가올 날을 기대하며 유유자적하는 여행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어떻게 돈을 낭비할까 고민하느라 그러진 못했던 것 같아 좀 아쉽다. 여행을 갔던 때가 일본의 장마철이라 걱정했으나 다행히 여행 동안 장마 전선은 큐슈 지역으로 후퇴해서 맞고 다닐 만한 이슬비가 간헐적으로 내렸다. 날이 흐려서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너무 덥지 않아 땀은 덜 흘렸다.

시바 공원芝公園 인근

시바 파크 호텔芝パークホテル

시바 파크 호텔 1층芝パークホテル. ©Jaehojaeho
시바 파크 호텔 1층芝パークホテル. ©Jaehojaeho

도쿄 모노레일의 종착역인 하마마쓰쵸 인근의 시바 파크 호텔芝パークホテル에 머물렀다. 숙소에 돈을 안 아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여행을 가게 되어 비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바 파크 호텔에 묵은 것은 아사쿠사 선浅草線과 오에도 선大江戸線을 탈 수 있는 다이몬 역大門駅과 JR야마노테 선山手線을 탈 수 있는 하마마쓰쵸 역浜松町駅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마마쓰쵸 역에서 약간 거리가 있어서 캐리어를 끌고 가기엔 좀 힘들었다. 호텔 건물은 그냥 오래된 일본 호텔이었다. 시설이 낡은 편이긴 했으나 지저분하다는 인상은 없었다. 호텔에서 도쿄 타워가 참 가까운 게 장점이긴 한데 다음에 도쿄 여행을 온다면 다시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도쿄 타워東京タワー

도쿄 타워. ©Jaehojaeho
도쿄 타워. ©Jaehojaeho

도쿄 타워와 가까운 숙소에 묵기는 했지만 따로 도쿄 타워에 갈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첫날 일정을 빨리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는데 호텔 뒤에 보이는 빨간 도쿄 타워를 두고 그냥 들어갈 수가 없었다. 시바 공원을 넘어서 걸어가는 길이 꽤 됐지만 걸어간 보람이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한 탓에 대기가 습해서 도쿄 타워의 빨간 조명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푸근했다.

맨 오른쪽이 나...
맨 오른쪽이 나…

도쿄 타워 입구에서 한국인 대학생 6명이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기에 선뜻 도와줬었다. 그런데 내가 카메라를 잘 못 다뤄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내가 6명 중 1명이 되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사진을 찍게 됐다. 참신한 경험이었다.

우에노 공원 일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었던 것은 우에노에 있는 박물관 모두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처음으로 갔던 도쿄도미술관 전시를 보고 나니 지쳐서 무리였다. 다음에 도쿄에 온다면 도쿄서양미술관에 가고 싶다. 또 가능하다면 우에노 동물원에서 판다를 보고 싶다.

도쿄도미술관東京都美術館

도쿄도미술관의 퐁피두 센터 걸작전. ©Jaehojaeho
도쿄도미술관의 퐁피두 센터 걸작전. ©Jaehojaeho

도쿄도미술관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퐁피두 센터 걸작전ポンピドゥー・センター傑作展’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전시회는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 중에서 1년당 1개 작품만 선정해서 1906년부터 1977년까지의 미술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2차 대전 이후로는 전시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현대 미술의 중심으로 넘어간 탓이기 때문인 것 같다. 1945년은 20세기 미술에 있어 중요한 해라고 하면서 작품을 전시하지 않고 에디트 피아프의 ‘라 비앙 로즈’를 틀어 놓았던 것이 특이했다. 전시를 볼 당시에는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2차 대전을 겪으며 유럽 대륙이 느낀 비애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술 사조를 훑어볼 수 있는 전시였던 만큼 전시 작품을 연도순으로 정리한 도록도 소장할 만한 것 같아 구입했다.

‘퐁피두 센터 걸작전(~9/22)’ 공식 홈페이지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

파세리엔프타의 미라. ©Jaehojaeho
파세리엔프타의 미라. ©Jaehojaeho

작년 12월에 왔을 때 본관과 특별전인 병마용갱전은 보고 동양관을 미처 보지 못해서 다시 가봤다. 의외로 동양관에서 미라를 보게 되어 너무 신기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친목질로 미라가 한 구 일본에도 떨어지게 된 것일 텐데 이 양반은 자기가 3천 년 후쯤에 극동에 누워있을 줄 알았을까 생각하니 그 양반의 운명이 참 기구했다. 제일 높은 층에 있는 한국실에는 의외로 별 유물이 없어서 실망했다. 또 훌륭한 유물이 있어도 그만큼 반출이 많이 됐다는 증거이므로 그것대로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만.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에 걸린 반가사유상 전시 걸개. ©Jaehojaeho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에 걸린 반가사유상 전시 걸개. ©Jaehojaeho

올해 5~6월에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국보 73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 반가사유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을 개최했었다. 한국에서 전시할 때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안 되어 가지 못했고 같은 전시를 일본에서도 할 예정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기대했었다. 그런데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같은 전시(전시 제목은 ‘미소짓는 부처님-두 개의 반가사유상-ほほえみの御仏―二つの半跏思惟像―’)를 보려면 기본 입장료 620엔에 추가로 380엔을 더 내야 했다.

약 만원짜리 전시를 공짜로 보여주는 한국이 당장은 좋아 보이긴 하지만, 한국은 문화유산에 제대로 된 가치를 지불하지 못하며 역시 일본이 문화 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본전 생각이 들면서 두 불상을 보는 것에 약 4,000원의 지불 의향은 생기지 않아 일본에서 반가사유상을 보는 것은 단념했다. 한국이 문화 유산에 대해 취하는 가격 정책의 안 좋은 결과물이 바로 나였다.

박스오피스 경제학

boxoffice

이제 콘텐츠라는 단어 뒤에 산업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어색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존의 산업을 분석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분석하는 것은 아직 어색하다. 그래서 콘텐츠를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박스오피스 경제학’이 재밌는 것 같다. 이 책은 경제학자로서 문화콘텐츠 분야를 파고 있는 저저가 콘텐츠를 경제학적으로 읽는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정보 비대칭성, 환경 안전 가설 등 많은 경제학 이론을 동원해 콘텐츠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마지막 챕터인 ‘창조경제’ 관련 내용이었다. 창조경제 덕분에 약 1년 9개월 동안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창조경제의 본뜻은 모르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일자리 창조’로 국한된 정부의 지침을 보다 보니 진짜 창조경제의 의미를 미처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창조 산업은 “창의적 능력으로 다른 산업의 비즈니스 가치까지 향상시키는 산업”으로 말할 수 있다. 창조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을 기치로 내건 것을 일본이 쿨 재팬(Cool Japan)이라는 이름으로 차용했다. 하지만 물을 여러 번 건너 한국에 도달한 창조경제는 짜파구리로 한 달에 1만 원이라도 벌어들이면 되는 것으로 돌변했다.

창조경제의 설계자라는 김창경 전 차관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모태가 되어 벤처기업이 설립되고, 그 수가 늘어나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의 발전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바탕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이미 등장한 창조경제와는 창조경제와는 방향이 많이 다른 셈이다.

물론 한국에서 나름의 창조경제 개념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그러나 bottom-up의 일자리 창조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규모가 작은 시장, 그나마도 B2B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할 수 없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을 통해 한국 경제를 키워온 수출 산업과 같은 수준의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을 만들면 될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짜파구리 비법과는 워낙에 거리가 먼 이야기라 논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부동산 싸게 사기로 했다

real-estate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단, 앞으로 10년 내에 타워팰리스가 100억을 호가하는 수준까지 상승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혼기가 찬 남자 사람이라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차에, 소셜 미디어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추천하는 책이라 리디북스로 사보게 됐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이코노미스트가 부동산에 대해 살펴보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책으로 분량이 짧아 아쉽긴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만큼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국 부동산의 급락 또는 급등 가능성은 적지만 명목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고 월세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주택이 초과 공급될 때를 노려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동산 폭락론자들이 예로 드는 일본의 부동산의 버블, 인구 절벽 등에 대해서도 논박한다. 월급쟁이로서 구입하기에 쉽지는 않지만 한국의 부동산의 버블은 90년대의 일본, 2008년의 미국에 비해 심하지 않고 인구가 감소한다고 하여 반드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택인허가 건수. 2015년에는 100만 건 이상의 주택 건설이 인가됐으므로, 2017년에는 공급과잉을 예상할 수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택인허가 건수. 2015년에는 100만 건 이상의 주택 건설이 인가됐으므로, 2017년에는 공급과잉을 예상할 수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부동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이코노미스트가 데이터를 찾아가며 부동산에 대해 알아가고, 그때 찾아본 데이터의 소스를 소개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인허가), 국토부 보도자료, 금융감독원의 DTI 계산기 등을 소개한다. 국토부의 통계는 Silverlight를 설치해야 하는데 OS X에서는 크롬과 사파리 모두에서 실행할 수 없었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데 감히 맥을 써서 송구스러웠다.

사실 이전부터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한경닷컴에 기고하는 부동산 칼럼을 보고 있었는데, 아직 먼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 가서 대충 읽고 말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서 읽고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박 위원의 칼럼은 이 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박 위원의 게시판을 구독할 수 있는 RSS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feed43.com/8226805625606555.xml).

리디북스 페이퍼로 읽다 보니 전자책에 그림이 많으면 좀 버벅거린다. 그래프가 많은 건 그렇다고 치지만, 그냥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챕터 구분이나 그 챕터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구를 모두 그림으로 처리해서 읽는 내내 답답했다. 아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버벅댐은 차차 해결될 수도 있지만 전자책을 제작할 때 현재 e잉크 기기의 스펙을 고려해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