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 여행 -3- 음식들

도쿄 여행을 다녀온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뒤늦게라도 다녀왔던 음식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다. 이걸 쓴다고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없지만 다음의 검색 쿼리에 그나마 읽을 만한 것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다. 여행 당시에 내가 음식점을 찾는 방법은 “지역 이름” + “음식”으로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이었고, 검색 결과에서 가장 위에 나오는 타베로그 랭킹을 기준으로 찾아다녔다. 보면 알겠지만 사치스럽게 먹지 않는 스타일이라 B급 구루메 위주이긴 하다.

이 포스트를 쓰면서 도쿄 여행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1) 더 오래 도쿄에서 머무를 생각을 못 한 것, 2) 더 많은 것을 먹지 못한 것이다. 두 달 전의 여행 이후 살이 급격히 찌고 체중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다. 혹시라도 여행을 준비하며 이 포스트를 보는 분들이 계신다면 도쿄를 듬뿍 즐겨주세요.

다이몬大門의 모토노야のもと家

모노토야의 로스카츠 정식 ©Jaehojaeho
모노토야의 로스카츠 정식 ©Jaehojaeho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처음 한 일이 모토노야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보통 타베로그의 5점 만점 별점에서 3점 이상 받으면 무난한 가게인데 이 가게는 4점에 육박하는 가게여서 걱정 없이 찾아가게 됐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니 11시쯤이어서 런치 타임 개시인 11시 30분까지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걱정하다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어 오픈 시간보다 일찍 가게에 갔다.
로스카츠만 클로즈업 ©Jaehojaeho
로스카츠만 클로즈업 ©Jaehojaeho

11시 15분쯤 가게에 도착했는데 벌써 내 앞에 10명 정도는 줄을 서 있었다. 오픈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숫자 안에는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빨리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로스까스 정식이었다. 고기가 두툼한 것뿐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튀김집까지 바삭했다. 이 가게 덕분에 도쿄 여행의 첫 인상이 참 좋았다.

미나미 아오야마南青山의 미야카와みや川

템푸라 정식 기본 상차림. 점점 튀김이 나온다. ©Jaehojaeho
템푸라 정식 기본 상차림. 점점 튀김이 나온다. ©Jaehojaeho

모노토야에서 점심을 먹고서 바로 아오야마에 있는 네즈미술관에 갔다. 네즈미술관 근처의 음식점을 찾다가 템푸라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미야카와를 알게 됐다. 디너와 런치의 가격 차이가 꽤 컸는데 아무래도 동선상 런치든 디너든 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단념했다. 하지만 의외로 길을 헤매지 않고 빨리빨리 다니게 되어 모노토야에서 돈카츠를 먹은 지 몇 시간 안 되어 템푸라 정식을 먹게 됐다.

예전에 도쿄에 출장을 왔을 때 배가 고파서 아무렇게나 들어간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더니 템푸라 정식이 나왔었다. 차례차례 튀김을 주는데 당황해서 이게 마지막 튀김인가 계속 긴장하면서 먹어서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미야카와는 작정하고 갔던 곳이라 겉은 바삭하지만 원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깔끔한 템푸라를 즐길 수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도 친절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해주고, 나갈 때 우산을 두고 왔는데도 30m 정도를 달려와서 직접 우산을 건네줬다. 네즈 미술관도 좋았고 미야카와도 좋았다.

니시신주쿠의 멘야 쇼麺屋翔

멘야 쇼 ©Jaehojaeho
멘야 쇼 ©Jaehojaeho

오후에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들어가서 한숨 자고 다시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신주쿠에 갔는데 사실 원래의 계획은 저녁을 먹고 신주쿠의 오모이데요코초思い出横丁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사정으로 오모이데요코초에 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신주쿠에서 라멘을 먹고 왔다. 멘야 쇼는 신주쿠 역에서 꽤 떨어져있는 곳으로 헤매면서 가느라 약 15분은 걸어간 것 같다. 멘야 쇼까지 가는 길에 참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지만 하나 같이 한산했다. 그래서 멘야 쇼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멘야 쇼의 시오라멘. ©Jaehojaeho
멘야 쇼의 시오라멘. ©Jaehojaeho

내가 먹은 것은 시오라멘으로 가게 이름답게(翔는 한국식 훈음으로 돌아날 상) 닭육수 라멘이었다. 돈코츠 스프와는 또 다른 식으로 부드럽고 진한 맛이었다. 다만 면을 너무 숙성시킨 탓인지 삭힌 맛이 심해서 먹기가 좀 힘들었다.

우에노역의 규노치카라牛の力

규노치카라, 소의 힘 ©Jaehojaeho
규노치카라, 소의 힘 ©Jaehojaeho

호텔 조식권을 끊지 않아서 아침으로 먹으러 간 식당이었다. 우에노 역에 있기는 한데, JR 야마노테센의 우에노역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게다가 이 식당 다음에 갈 곳이 우에노 공원이므로 다시 왔던 만큼 돌아가야 하는 동선이라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완전 기본 규동을 시켰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아 나질 않는다 ©Jaehojaeho
완전 기본 규동을 시켰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아 나질 않는다 ©Jaehojaeho

하지만 규동 자체는 맛있었다. 기본적인 규동이지만 흠잡을 때가 없었고 시치미를 뿌려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여행 후 1달 2주가 지났을 때 한창 이 가게에서 먹었던 규동 맛이 자꾸 생각나서 고역이었다. 아마 우에노는 또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때 또 갈 듯하다.

아사쿠사의 요시카미ヨシカミ

너무 맛있어서 송구하지 말입니다 ©Jaehojaeho
너무 맛있어서 송구하지 말입니다 ©Jaehojaeho

갓파주방도구거리에서 아사쿠사까지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 들어간 식당이었다. 1951년에 개업한 역사가 있는 식당이고, 가게 천막에 ‘너무 맛있어서 송구합니다’라고 쓰여있길래 주저 없이 들어갔다.
스테키 스테키 ©Jaehojaeho
스테키 스테키 ©Jaehojaeho

히레 스테이크 정식을 먹었는데 식감은 좋았으나 너무 짰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꽤 여러 번 일본 여행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식당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꽤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대실패였다.

아사쿠사의 다이코쿠야大黒家

다이코쿠야의 텐동 ©Jaehojaeho
다이코쿠야의 텐동 ©Jaehojaeho

별로 관심 없지만 유명한 센소지浅草寺를 휘뚜루마뚜루 돌아본 후 간 식당이었다. 사실 다이코쿠야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염두에 뒀으니 동선이 안 맞을 것 같아 포기했던 가게였다. 하지만 빠르게 센소지를 돌아본 덕분에 텐동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물론 1일 최소 4식이라는 여행 중의 방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이코쿠야의 텐동은 한국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맛이었다. 사실 텐동이 실패하기가 참 힘든 게 우선 튀김이 옳고 튀김 위에 뿌리는 소스 자체도 옭기 때문이다. 돈부리가 망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유다. 1일 4식이 방침이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가장 기본인 텐동을 시켰는데 튀김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시킬 걸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든다.

긴자의 에이오아이AOI(エイ・オ・アイ)

AOI(에이오에이)의 함박 스테이크 정식 ©Jaehojaeho
AOI(에이오에이)의 함박 스테이크 정식 ©Jaehojaeho

AOI지만 ‘아오이’가 아니라 ‘에이오아이’로 읽어야 한다. 긴자에 있다고 하기에는 좀 민망스러울 정도로 긴자의 번화가로부터는 좀 떨어져있다. 함박 스테이크 가게로 2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곳이다. 자판기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커피 쿠폰을 주는데 다음 방문에 쓸 수 있으면서도 일주일 안에 사용해야 한다. 함박 스테이크와 밥을 따로 담아주는데 뛰어난 맛은 아니더라도 꽤 먹을 만 했다.

긴자의 루팡ルパン

긴자의 어느 골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의 간판 ©Jaehojaeho
긴자의 어느 골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루팡의 간판 ©Jaehojaeho

다자이 오사무가 왔다는 긴자의 바로 꽤 깊숙한 골목에 있어서 찾아가기 약간 힘들었다. 지하 1층에 있는 고풍스러운 바이긴 한데 가격이 꽤 높다. 아주 이르지도 아주 늦지도 않은 시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혼자 가서 멀뚱히 술만 마시기 그래서 여행 중의 감상을 종이에 쓰고 나니 딱히 할 없기도 했고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한 잔만 마시고 나왔다. 메뉴판의 가격에 서비스료가 붙는다는 걸 몰랐는데 한 잔만 마셔서 다행이었다.

츠키지 시장의 스시다이すし大

츠키지에 있는 스시다이 본점 ©Jaehojaeho
츠키지에 있는 스시다이 본점 ©Jaehojaeho

츠키지 시장은 보통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보통이고 일본 식당의 점심은 오후 2시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오후에 츠키지에 갔기 때문에 타베로그 랭킹 상위권 중 2시 이후에 하는 식당에 가야해서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사실 코스로 나오는 스시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아주 비싸지 않은 가격에 괜찮은 스시를 먹고 왔다.

다이몬의 리시콘부 라멘 쿠로오비利尻昆布ラーメン くろおび

쿠로오비의 쇼유 라멘 ©Jaehojaeho

마지막 날 호텔에 짐을 맡겨 놓고 짐을 찾으러 가기 전에 간,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다이몬 바로 앞에 있는 라멘 가게였는데 쇼유 라멘이 아주 짜지도 않고 부드러웠다. 멘마가 진짜 독특한 맛이었다. 1일 4식째만 아니었다면 교자도 함께 먹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도쿄東京 여행 -2- 아오야마, 아사쿠사, 츠키지

아오야마 인근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네즈미술관 입구. ©Jaehojaeho
네즈미술관 입구. ©Jaehojaeho

도부철도東武鉄道의 창업자 네즈 가이치로根津嘉一朗가 수집한 유물들을 전시한 미술관으로 미나미 아오야마南青山에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중국 한 나라 시대의 청동 유물을 다수 전시 중이었다.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크기가 큰 유물이어서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감명 깊지는 않았다.

네즈미술관의 정원. ©Jaehojaeho
네즈미술관의 정원. ©Jaehojaeho

입장료(1,100엔) 값어치를 하는 것은 유물이 아닌 미술관 뒤에 있는 정원이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정원 곳곳에 유물이 배치되어 있다. 날씨가 좋았을 때 갔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슬비가 내리는 한적한 산책도 나쁘지 않았다. 도쿄에 또 올 일이 있다면 다시 오고 싶다. 가을에 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사쿠사 일대

갓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갑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Jaehojaeho
갓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Jaehojaeho

주방 관련 각종 도구를 파는 상점 거리다. 갓파바시 도구 거리의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갓파바시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하급 무사들이 부업으로 만들었던 비옷(雨合羽, あまガッパ)을 말리던 다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合羽川太郎라는 사람이 이 지역이 조금의 비에도 홍수가 나는 것을 안타까워해서 사재를 털어 치수 공사를 했으나 진척이 되지 않자 스미다강隅田川의 갓파(河童, 물에 사는 요괴)가 밤마다 공사를 도와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어느 쪽이 진짜 유래인지는 모르겠으나 갓파바시 도구 거리의 캐릭터는 물의 요괴인 갓파를 사용하고 있다.

갓파바시의 식품 샘플 전문샵 마이주루まいずる ©Jaehojaeho
갓파바시의 식품 샘플 전문샵 마이주루まいずる ©Jaehojaeho

갓파바시 도구 거리에서는 그릇, 조리도구뿐만 아니라 음식점에 붙이는 나무판, 천, 음식점 유니폼까지 판다. 정말 사고 싶은 그릇들이 많았지만 기내용 캐리어를 갖고 오기도 했고 유리 제품을 들고 오는 것이 불안하므로 지름 욕구를 억누르느라 고생했다. 심지어 식품 모양을 파는 가게도 있다. 모조리 사오고 싶었으나 작은 라멘 모형 하나를 사 오는 것으로 자제했다. 음식 모형들이 크기는 작지만 가격들이 상당한 편이다. 갓파바시 도구 거리는 우에노에서 아사쿠사로 가는 길에 있어서 스카이트리가 보이기도 한다.

센소지浅草寺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센소지 앞 ©Jaehojaeho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센소지 앞 ©Jaehojaeho

이상하게도 일본의 사찰이나 진자神社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본의 옛 모습이 잘 담겨있다는 아사쿠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센소지에 갔다. 큰 홍등이 있는 가미나리문雷門이나 연기를 쐬면 건강해진다는 화로 등이 유명하지만 1960년대에 재건된 사찰에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서양인들이나 중국인 정도일 것이다. 재건됐다 해도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뭔가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센소지 앞에 상가들이 늘어서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속리산 등산로에 있는 기념품 가게와 다를 바가 없어서 별 감흥이 없었다. 스미다 강이 지척인 센소지에서도 스카이트리가 보이는데 그게 볼거리였다.

츠키지 일대

츠키지 장외 시장築地場外市場

츠키지 장외 시장 간판 ©Jaehojaeho
츠키지 장외 시장 간판 ©Jaehojaeho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수산물 경매 시장인 츠키지 시장은 새벽에 가야 제맛이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없는 나는 장이 파할 때쯤에야 갈 수 있었다. 츠키지 시장에는 새벽의 활기찬 경매 시장뿐만 아니라 해산물 가게와 해산물 음식점이 즐비한 츠키지 장외 시장도 있기 때문에 늦게 가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들은 파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열었던 해산물 가게 ©Jaehojaeho
다른 시장들은 파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열었던 해산물 가게 ©Jaehojaeho

하지만 내가 시장에 도착한 오후 3시쯤에는 역외 시장도 문을 닫는 분위기였다. 츠키지 시장은 올해 11월에 이전할 예정이므로 참치를 경매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평생 놓친 셈이다. 이 사실을 2015년 9월에 알았지만 내가 새벽에 일어날 일은 절대 없으므로 수산 시장에서 경매하는 모습은 츠키지 시장을 포함해서 어디서든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츠키지 시장이 이전해도 츠키지 장외 시장은 남기로 했으니 도쿄에서 수산물을 먹고 싶은 관광객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겨도 좋을 것 같다. 걸어가기엔 조금 멀기는 하지만, 어쨌든 긴자銀座까지 걸어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시장이 있다는 것은 도쿄가 항구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츠키지 혼간지築地本願寺

츠키지 혼간지의 본당 ©Jaehojaeho
츠키지 혼간지의 본당 ©Jaehojaeho

츠키지 시장에 가기 위해 히비야선 츠키지 역에서 내려서 걷다 보니 우연히 보게 됐다. 언뜻 봐서 그저 근대문화유산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정토신종浄土真宗의 사찰이었다. 1923년의 관동대지진 때 일어난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의 본당은 1934년에 준공된 것이다. 인도 양식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이미 아시아의 패자로 등극한 ‘일본의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건물의 외양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특이하다.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성당과 같이 긴 의자도 있어서 마치 성당 같다. 내가 경험한 츠키지 혼간지와 가장 비슷한 사찰은 논산훈련소 때 종교활동 때 갔던 호국 연무사다. 물론 호국 연무사와 달리 츠키지 혼간지는 적막했다.
본당 내부 ©Jaehojaeho
본당 내부 ©Jaehojaeho

도쿄東京 여행 -1- 시바 공원, 우에노 공원

정든 직장을 떠나 새로운 직장에 가기 전 짧은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다가올 날을 기대하며 유유자적하는 여행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어떻게 돈을 낭비할까 고민하느라 그러진 못했던 것 같아 좀 아쉽다. 여행을 갔던 때가 일본의 장마철이라 걱정했으나 다행히 여행 동안 장마 전선은 큐슈 지역으로 후퇴해서 맞고 다닐 만한 이슬비가 간헐적으로 내렸다. 날이 흐려서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너무 덥지 않아 땀은 덜 흘렸다.

시바 공원芝公園 인근

시바 파크 호텔芝パークホテル

시바 파크 호텔 1층芝パークホテル. ©Jaehojaeho
시바 파크 호텔 1층芝パークホテル. ©Jaehojaeho

도쿄 모노레일의 종착역인 하마마쓰쵸 인근의 시바 파크 호텔芝パークホテル에 머물렀다. 숙소에 돈을 안 아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여행을 가게 되어 비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바 파크 호텔에 묵은 것은 아사쿠사 선浅草線과 오에도 선大江戸線을 탈 수 있는 다이몬 역大門駅과 JR야마노테 선山手線을 탈 수 있는 하마마쓰쵸 역浜松町駅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마마쓰쵸 역에서 약간 거리가 있어서 캐리어를 끌고 가기엔 좀 힘들었다. 호텔 건물은 그냥 오래된 일본 호텔이었다. 시설이 낡은 편이긴 했으나 지저분하다는 인상은 없었다. 호텔에서 도쿄 타워가 참 가까운 게 장점이긴 한데 다음에 도쿄 여행을 온다면 다시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도쿄 타워東京タワー

도쿄 타워. ©Jaehojaeho
도쿄 타워. ©Jaehojaeho

도쿄 타워와 가까운 숙소에 묵기는 했지만 따로 도쿄 타워에 갈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첫날 일정을 빨리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는데 호텔 뒤에 보이는 빨간 도쿄 타워를 두고 그냥 들어갈 수가 없었다. 시바 공원을 넘어서 걸어가는 길이 꽤 됐지만 걸어간 보람이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한 탓에 대기가 습해서 도쿄 타워의 빨간 조명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푸근했다.

맨 오른쪽이 나...
맨 오른쪽이 나…

도쿄 타워 입구에서 한국인 대학생 6명이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기에 선뜻 도와줬었다. 그런데 내가 카메라를 잘 못 다뤄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내가 6명 중 1명이 되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사진을 찍게 됐다. 참신한 경험이었다.

우에노 공원 일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었던 것은 우에노에 있는 박물관 모두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처음으로 갔던 도쿄도미술관 전시를 보고 나니 지쳐서 무리였다. 다음에 도쿄에 온다면 도쿄서양미술관에 가고 싶다. 또 가능하다면 우에노 동물원에서 판다를 보고 싶다.

도쿄도미술관東京都美術館

도쿄도미술관의 퐁피두 센터 걸작전. ©Jaehojaeho
도쿄도미술관의 퐁피두 센터 걸작전. ©Jaehojaeho

도쿄도미술관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퐁피두 센터 걸작전ポンピドゥー・センター傑作展’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전시회는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 중에서 1년당 1개 작품만 선정해서 1906년부터 1977년까지의 미술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2차 대전 이후로는 전시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현대 미술의 중심으로 넘어간 탓이기 때문인 것 같다. 1945년은 20세기 미술에 있어 중요한 해라고 하면서 작품을 전시하지 않고 에디트 피아프의 ‘라 비앙 로즈’를 틀어 놓았던 것이 특이했다. 전시를 볼 당시에는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2차 대전을 겪으며 유럽 대륙이 느낀 비애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술 사조를 훑어볼 수 있는 전시였던 만큼 전시 작품을 연도순으로 정리한 도록도 소장할 만한 것 같아 구입했다.

‘퐁피두 센터 걸작전(~9/22)’ 공식 홈페이지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

파세리엔프타의 미라. ©Jaehojaeho
파세리엔프타의 미라. ©Jaehojaeho

작년 12월에 왔을 때 본관과 특별전인 병마용갱전은 보고 동양관을 미처 보지 못해서 다시 가봤다. 의외로 동양관에서 미라를 보게 되어 너무 신기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친목질로 미라가 한 구 일본에도 떨어지게 된 것일 텐데 이 양반은 자기가 3천 년 후쯤에 극동에 누워있을 줄 알았을까 생각하니 그 양반의 운명이 참 기구했다. 제일 높은 층에 있는 한국실에는 의외로 별 유물이 없어서 실망했다. 또 훌륭한 유물이 있어도 그만큼 반출이 많이 됐다는 증거이므로 그것대로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만.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에 걸린 반가사유상 전시 걸개. ©Jaehojaeho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에 걸린 반가사유상 전시 걸개. ©Jaehojaeho

올해 5~6월에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국보 73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 반가사유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을 개최했었다. 한국에서 전시할 때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안 되어 가지 못했고 같은 전시를 일본에서도 할 예정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기대했었다. 그런데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같은 전시(전시 제목은 ‘미소짓는 부처님-두 개의 반가사유상-ほほえみの御仏―二つの半跏思惟像―’)를 보려면 기본 입장료 620엔에 추가로 380엔을 더 내야 했다.

약 만원짜리 전시를 공짜로 보여주는 한국이 당장은 좋아 보이긴 하지만, 한국은 문화유산에 제대로 된 가치를 지불하지 못하며 역시 일본이 문화 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본전 생각이 들면서 두 불상을 보는 것에 약 4,000원의 지불 의향은 생기지 않아 일본에서 반가사유상을 보는 것은 단념했다. 한국이 문화 유산에 대해 취하는 가격 정책의 안 좋은 결과물이 바로 나였다.

박스오피스 경제학

boxoffice

이제 콘텐츠라는 단어 뒤에 산업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어색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존의 산업을 분석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분석하는 것은 아직 어색하다. 그래서 콘텐츠를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박스오피스 경제학’이 재밌는 것 같다. 이 책은 경제학자로서 문화콘텐츠 분야를 파고 있는 저저가 콘텐츠를 경제학적으로 읽는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정보 비대칭성, 환경 안전 가설 등 많은 경제학 이론을 동원해 콘텐츠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마지막 챕터인 ‘창조경제’ 관련 내용이었다. 창조경제 덕분에 약 1년 9개월 동안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창조경제의 본뜻은 모르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일자리 창조’로 국한된 정부의 지침을 보다 보니 진짜 창조경제의 의미를 미처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창조 산업은 “창의적 능력으로 다른 산업의 비즈니스 가치까지 향상시키는 산업”으로 말할 수 있다. 창조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을 기치로 내건 것을 일본이 쿨 재팬(Cool Japan)이라는 이름으로 차용했다. 하지만 물을 여러 번 건너 한국에 도달한 창조경제는 짜파구리로 한 달에 1만 원이라도 벌어들이면 되는 것으로 돌변했다.

창조경제의 설계자라는 김창경 전 차관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모태가 되어 벤처기업이 설립되고, 그 수가 늘어나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의 발전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바탕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이미 등장한 창조경제와는 창조경제와는 방향이 많이 다른 셈이다.

물론 한국에서 나름의 창조경제 개념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그러나 bottom-up의 일자리 창조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규모가 작은 시장, 그나마도 B2B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할 수 없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을 통해 한국 경제를 키워온 수출 산업과 같은 수준의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을 만들면 될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짜파구리 비법과는 워낙에 거리가 먼 이야기라 논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부동산 싸게 사기로 했다

real-estate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단, 앞으로 10년 내에 타워팰리스가 100억을 호가하는 수준까지 상승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혼기가 찬 남자 사람이라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차에, 소셜 미디어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추천하는 책이라 리디북스로 사보게 됐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이코노미스트가 부동산에 대해 살펴보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책으로 분량이 짧아 아쉽긴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만큼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국 부동산의 급락 또는 급등 가능성은 적지만 명목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고 월세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주택이 초과 공급될 때를 노려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동산 폭락론자들이 예로 드는 일본의 부동산의 버블, 인구 절벽 등에 대해서도 논박한다. 월급쟁이로서 구입하기에 쉽지는 않지만 한국의 부동산의 버블은 90년대의 일본, 2008년의 미국에 비해 심하지 않고 인구가 감소한다고 하여 반드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택인허가 건수. 2015년에는 100만 건 이상의 주택 건설이 인가됐으므로, 2017년에는 공급과잉을 예상할 수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택인허가 건수. 2015년에는 100만 건 이상의 주택 건설이 인가됐으므로, 2017년에는 공급과잉을 예상할 수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부동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이코노미스트가 데이터를 찾아가며 부동산에 대해 알아가고, 그때 찾아본 데이터의 소스를 소개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인허가), 국토부 보도자료, 금융감독원의 DTI 계산기 등을 소개한다. 국토부의 통계는 Silverlight를 설치해야 하는데 OS X에서는 크롬과 사파리 모두에서 실행할 수 없었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데 감히 맥을 써서 송구스러웠다.

사실 이전부터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한경닷컴에 기고하는 부동산 칼럼을 보고 있었는데, 아직 먼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 가서 대충 읽고 말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서 읽고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박 위원의 칼럼은 이 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박 위원의 게시판을 구독할 수 있는 RSS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feed43.com/8226805625606555.xml).

리디북스 페이퍼로 읽다 보니 전자책에 그림이 많으면 좀 버벅거린다. 그래프가 많은 건 그렇다고 치지만, 그냥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챕터 구분이나 그 챕터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구를 모두 그림으로 처리해서 읽는 내내 답답했다. 아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버벅댐은 차차 해결될 수도 있지만 전자책을 제작할 때 현재 e잉크 기기의 스펙을 고려해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가나자와金沢 여행 -2-

이번 포스트에서는 가나자와에서 먹었던 것들, 이용했던 교통, 묵었던 숙소 위치에 대해 기록한다.
>가나자와金沢 여행 -1- 보러 가기

# 음식

거의 1일 4식 이상을 하면서 돈을 아끼지 않고 많이 먹어댔다. 식당을 찾기 위해서는 Retty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여행 전 타베로그食べログ 1개월 유료 서비스 구독을 진지하게 고민했었으나 그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것 같고 무료로 제공하는 Retty를 알게 되어 단념했다. 참고로 Retty는 전통의 강자인 구루나비와 Hot pepper, 신흥 강자인 타베로그食べログ에 이어 4위인 맛집 서비스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맛집 서비스 비교는 아래의 기사를 참조.
【SPEEDA総研】ぐるなびvs食べログ~グルメサイトの成長可能性をみる

# 맛있었던 것들

와이와이わいわい

©Jaehojae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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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야키토리焼き鳥 가게다. 사버드バード라는 야키토리 가게에 가려다가 문을 닫아서 대신 간 가게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먹었던 야키토리 중에 제일 맛있었다. 오마카세가 없어서 네기마, 레바 등 일반적으로 먹는 것들을 시켰는데 짜지도 않고 고기 비린내도 나지 않아 너무 맛있었다. 이런 맛이라면 점심으로도 야키토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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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이키테 오미쵸마치점いきいき亭 近江町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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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쵸 시장에서 카이센동을 두 번 먹었다. 오미쵸 시장의 이름을 쓰는 오미쵸 식당에도 갔는데, 이키이키테만 못했다. 시장의 동쪽 출구에 있는 이키이키테는 카운터석 10자리만 있는 매우 좁은 식당이다. 그 덕분에 사장님이 생선을 다듬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커다란 참치를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물이 잔뜩 나오는 이키이키테동いきいき亭丼을 먹었는데,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이고 함께 나오는 미소시루가 인생의 미소시루였다. 생선과 유자가 들어갔는데 미소시루만 주문하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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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게하あげ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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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간 식당이다. 여기도 역시 카운터 석으로 10자리만 있는 작은 해산물 정식 가게다. 오픈 시작 30분 전에 갔는데 이미 내 앞에 3명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3번째로 줄을 선 아줌마는 가족 6명을 대표해서 서 있었다. 하마터면 꽤 오래 기다릴 뻔했다.
만쥬가 함께 나오는 아게하 고젠あげは御膳을 먹었는데 엄청나게 맛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가성비가 참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뿐만 아니라 만쥬의 식감이 참 좋았다.
카운터 바로 앞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가 자꾸 만담조로 말을 걸면서 손님을 웃겼는데 나는 다 알아듣지 못했다. 첫 번째 배치에 유일하게 나만 혼자 온 손님이었고 내 옆에는 커플이 앉았는데, 아재가 나에게 ‘왜 여자친구랑 안 오고 혼자 왔나’ 이런 투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뭔가 당황스러워서 답을 하지 못했더니 분위기가 살짝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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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챠료金茶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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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묶었던 도큐 호텔에 있는 일식당으로 조식으로 카가 요리 정식을 제공한다. 반찬, 미소시루 모두 맛있어서 먹으면서 감동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너무 절약하면서 여행하느라 호텔 조식을 잘 먹지 않았고, 조식을 추가했을 때 올라간 객실 요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한 퀄리티였다는 생각이 든다.

# 보통이었던 것들 것들

치쿠젠야筑前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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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보에 있는, 히트火ート(Heat)라는 진짜 로컬 야키토리 가게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6자리뿐인 자리가 다 차서 가지 못하고 코린보를 배회하다가 눈에 띄는 야키토리 가게에 들어갔다.
치쿠젠야는 커스터머스 딜라이트カスタマーズディライト(Customers Delight)라는 외식 기업이 운영하는 체인 중 하나다. 커스터머스 딜라이트의 대표는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건설회사에 입사했다가 24살인 2004년에 독립해 토목회사를 경영하고 28살에는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야키토리의 맛은 그냥 그런, 뛰어나지도 않지만 불평할 것도 없는 편이었다. 다만 술 취한 옆자리 아저씨가 영어도 잘 못 하면서 영어로 마을 걸어서 좀 짜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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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슈ゴーシ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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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차야가이의 어딘가에 있는 찻집이다. 히가시차야가이의 건물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긴 데다가 간판까지 작달 만해서 작정하고 찾아가려고 했다면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너무 많이 걸어서 쉴겸 가게 됐다. 차가운 음료를 마시려다가 치즈 케익 세트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카페와 바를 겸하는 곳으로 분위기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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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였던 것들

그릴 오츠카グリルオーツ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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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B급 구루메 중에 한톤라이스ハントンライス라는 게 있다. 가나자와 시의 향토 요리로 여겨지는 한톤라이스는 오므라이스와 비슷하다. 케찹과 버터로 맛을 낸 쌀밥에 달걀 지단과 해산물을 올리고 케첩과 타르타르 소스를 뿌린다. 이름은 헝가리의 일본식 발음인 한가리ハンガリー의 한ハン, 프랑스 어로 참치를 의미하는 thon의 일본어 발음인 톤トン의 합성어라고 한다.
음식의 유래를 조사해 보는 건 이렇게 재밌지만, 정작 한톤라이스의 맛은 ‘내가 이렇게 한 끼를 낭비하게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참혹했다. 버터와 케찹으로 맛을 낸 밥은 너무 느끼했고, 양도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결국 밥 위의 달걀 지단과 새우 튀김만 먹고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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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미트金澤ミー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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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호쿠 시에 있는 이온몰에 다녀온 후 늦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가나자와 역 바로 앞의 포러스フォーラス 몰의 식당 코너에 갔다. 보자마자 딱 먹고 싶은 게 치즈가 올라간 함박 스테이크여서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다. 많이 시장했음에도 맛은 그냥 그랬다. 치즈 맛도 많이 느껴지지 않았고 고기의 맛도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 숙소

첫째 날에는 가나자와 시의 번화가인 코린보香林坊에 있는 가나자와 도큐 호텔金沢東急ホテル에, 둘째와 셋째 날은 가나자와 역 인근의 도미 인Dormy Inn에 묵었다. 두 호텔의 격차가 상당히 극심했는데 앞으로는 숙박에 돈을 아끼지 않기로 결심했다. 특히 이렇게 생각한 것은 내가 묵었던 도미 인 객실에는 욕조가 없고 대신 호텔 안에 공중 목욕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호텔이라면 호로요이나 야매로 만든 하이볼을 마시며 욕조에 누워 있는 별미를 누리지 못했다. 다시 가나자와에 간다면 코린보 인근에 숙소를 잡을 것이다. 번화가라서 좋은 것뿐만 아니라 가나자와 성 공원, 겐로쿠엔 모두 코린보에서 도보로 10~2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교통

고마츠 공항에서 가나자와 시내까지

고마츠 공항에 도착해서 가나자와 시내까지 갈 때는 JR을 타고 갔다. 고마츠 공항에서 JR 고마츠 역小松駅까지 가는 버스를 10분 타고(270엔), 고마츠 역에서 가나자와 역까지 JR 호쿠리쿠 혼센北陸本線을 50분 타면 된다(500엔). 가나자와에서 다시 공항으로 갈 때는 가나자와 역에서 출발하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다. 40분 정도 소요되며 가격은 1,130엔이다. 나는 대중교통을 타는 것을 좋아해서 굳이 JR을 타봤는데 가격이나 시간을 따져봤을 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가나자와 시내에서

첫째 날에는 가나자와 역에서 코린보까지 가는 마치버스まちバス 외에는 모두 도보로 이동했다. 마치버스는 휴일 한정으로 가나자와의 주요 관광지를 100엔에 갈 수 있는 순환 버스다. 이후에는 코린보 인근의 관광지에 다녔기 때문에 도보로 충분했다. 물론 많이 피곤하긴 했다.

둘째 날에는 호쿠테츠 버스의 1일 프리 패스를 이용했다. 모든 버스의 기점이자 종점인 가나자와 역에서 마치버스와 비슷한 노선의 버스들이 다니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했다. 프리 패스 전용 버스도 있고 전용 버스가 아니라도 가나자와의 주요 관광지 안에서는 프리 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그날 하루에 거의 6번 이상 버스를 이용했는데 가까운 거리의 버스만 타면 200엔 정도가 소요되므로 엄청난 이득을 본 셈이다.

마지막 날에는 가나자와 시가 운영하는 자전거 쉐어링 서비스인 마치노리まちのり를 이용했다. 가나자와 주요 지점에 자전거 보관소를 놓고 대여와 반납을 쉽게 하는 서비스로 하루에 200엔으로 대여와 반납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서 재미도 있고 교통비도 아껴서 좋았는데, 마치노리에 대해서는 이 포스트를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2016 다보스 리포트: 인공지능발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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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4차 혁명, 4차 혁명 하길래 도대체 뭔가 싶어서 빌려봤다. 그런데 정작 4차 혁명에 대한 이야기보단 연초 세계 경제의 혼란을 더 많이 다뤘다. 그것 나름대로 재밌긴 했으나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등 정보 기술의 발달로 별개의 요소들이 융합되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전파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4차 혁명에 앞선 혁명들로 증기기관 혁명(1차), 전기에 의한 대량 생산(2차), 컴퓨터를 통한 정보화/자동화(3차)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들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다만 4차 혁명이 가져올 변화의 폭과 속도가 넓고 빠르기 때문에 강조하는 듯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기존 중산층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고 이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극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혁명의 산물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걱정은 성마른 듯하고 후대에도 ‘4차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K 알파고’와 같은 단어와 수명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4차 혁명에 대한 설명 이후에 책은 2016년 경제 전망에 대해 정리한다.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와 마이너스 금리 등 통화 정책의 각개 전투로 인한 세계 경제의 난맥상을 다룬다. 뉴스로만 단편적으로 봐서 정리가 잘 안 되던 것을 한 번에 정리된 것으로 보니 이해가 잘 됐다. 중국은 경기 연착륙을 위해 위안화의 완만한 평가 절하를 시도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고, 위안화 폭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외환 보유액을 소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수요 감소로 인한 유가 폭락이 산유국과 비산유국 모두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디플레이션 해소 및 일본 수출 경쟁력 제고를 노렸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도리어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고 은행주 하락으로 인한 주식시장 하락이 도리어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를 불러왔다. 미국은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시사해 이런 난맥상은 계속될 듯하다.

책은 이후에 IT 비즈니스와 세계 정치에 관련된 세션들을 짧게 소개해줬는데, 그중에 ‘Creating 75 Million Entrepreneurs: Is this Possible?’이라는 세션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유튜브로도 볼 수 있어서 조금 봤는데 책에 정리된 부분이 세션의 전반을 정리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정리하기는 귀찮으므로(…) 책에서 정리한 세션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창업가에 적합한 성격이 있는 건가
타이(500 스타트업 파트너) 어떤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숙련이 가능하다. 위험을 피하지 않고 감수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면 그 또한 중요한 자질이다. 다시 말해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시아 문화권에선 종종 실패에 대한 공포와 완벽주의가 창업환경을 훼손하기도 한다.
할트혼(매스챌린지 CEO)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비판에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안주하려는 마음은 창업가 정신과 반대말이라고 보면 된다. 전통적인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적일 필요가 있다. 때때로 반항하는 기질이 필요하다.

창업교육 핵심은 무엇인가
할트혼 핵심은 차업 전문가들이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과 관련된 지원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창업가 스스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키워 나가는 것이다.
타이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리스크를 피하지 않고 감수하려는 마음가짐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세션 동영상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기존 교육 제도는 전문가가 교훈을 주는 방식이지만 창업가정신은 그런 식으로 키워질 수 없다는 할트혼 CEO의 대답이었다. 창업가교육은 직접, 아직 누구도 답을 모르는, 질문(문제)을 제기하고 그 질문을 해결해나가는 식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책이 간략한 탓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워서 다른 책을 봐야할 것 같다. 다만 경제 전망 부분이나 다보스 포럼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이뤄지는지 알게 돼서 좋았다. 정말 한가한 주말이면 다보스 포럼 동영상을 찾아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요소는 개별적으로 발달한 각종 기술들의 ‘융합’이다. 원활한 융합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정보통신기술 발달이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바이오, 오프라인 기술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로 융합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 21쪽

글로벌 은행 UBS가 다보스포럼 기간 중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백서를 발표했다. UBS는 백서를 통해 이전 산업혁명은 자동화와 서로 간의 연결성을 높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세대 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자동화 체계는 보다 정교해졌고 사람 간 관계도 훨씬 가까워졌다. 환경 친화적인 기술개발로 사람과 자연 간 관계도 한층 진전됐다. 이런 기반 위에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은 극단적인 자동화를 지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변화는 예상 가능한 것이라고 UBS 백서는 설명했다. -50쪽

세계 경제 포럼WEF이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내놓은 ‘미래고용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어떤 직업이 생겨나고 사라질 것인가를 예측했다. (…) WEF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래 기술 혁신, 인구∙사회∙경제적 변화로 앞으로 5년간 전세계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10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 이 기간 중 전체적으로 500여만 개 일자리가 순수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57쪽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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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환율의 미래’를 재밌게 읽고 저자를 페이스북에서 팔로우 하다가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공부’가 출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목만 들었을 때 엄청 흥미로운 책이어서 사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자주 가는 네이버 카페에서 서평 이벤트를 하게 되어 읽게 됐다.

경제 관련 기초 서적은 어느 정도 읽었다고 생각하기에 본격적으로 경제 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 리스트를 얻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니 제목과는 딴판이라 당황스러웠다(생각해 보면 제목에 버즈워드가 한 가득이다: 이코노미스트, 스마트, 경제공부). 사학과 학사 졸업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연구소에 취직할 수 있었다는 베이비부머의 배부른 소리가 등장하는 초반부의 챕터 몇 개는 그냥 건너뛰었다. 내가 ‘대망’과 ‘장길산’을 추천받기 위해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도 좀 진도가 나가니 이코노미스트로 커리어를 쌓으면서 겪었던 주요 경제 사건과 그와 관련된 책을 소개해 주는 챕터들이 나왔다. 책만을 소개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사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서 좋았다. 그 이후에는 정말 경제 기초부터 한국 경제 관련 내용까지 정리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연애, 교육, 다이어트 등 저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이 부분 역시 건너뛰었다. 이미 읽은 책도 있었고 지금 당장 읽는 것보다는 나이를 먹으며 고민이 생기면 그때 읽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랬다.

책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게 사실 재밌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소개하는 글 자체가 읽는 맛이 있지 않다면 소개하는 책이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야한다. 경제 공부의 테크 트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긴 하지만, 그 보람 외의 췌언이 너무 많았다는 게 아쉬웠다. 물론 저자에게는 귀중한 기록이겠지만.

책의 말미에 책에서 소개한 책 리스트를 정리해 줬는데, 이걸 챕터별로 정리하지 않고 가나다순으로 정리해서 참 답답했다. 심지어 책 하나는 빠뜨렸다. 이 책에서 소개된 경제 관련 책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경제 기초
‘오영수 교수의 매직 경제학’, 오영수 지음, 사계절, 2008년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 부키, 1997년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4년

2. 경기순환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군터 뒤크 지음, 안성철 옮김, 비즈니스맵, 2009년
‘경제를 읽는 기술: 투자의 맥을 짚어주는 경제흐름 읽는 법’, 조지프 엘리스 지음, 이진원 옮김, 리더스북, 2007년
‘비즈노믹스: 어떠한 경제 사이클에서도 수익을 거두는 법’, 윌리엄 코널리 지음, 이미숙 옮김, 한스미디어, 2008년
‘경영학 콘서트’, 장영재 지음, 비즈니스북스, 2010년
‘돈 좀 굴려봅시다: 한국형 탑다운 투자전략’, 홍춘욱 지음, 스마트북스, 2012년

3. 환율
‘환율의 미래: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위기’와 ‘기회’의 시대가 온다!’, 홍춘욱 지음, 에이지21, 2016년
‘화폐 트라우마’, 다니엘 D. 엑케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위츠, 2012년

4. 주식 투자: 기초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가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의 투자’, 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지음, 고영태 옮김, 흐름출판, 2011년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세계 4대 투자의 거장 존 보글의 투자 법칙’,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비즈니스맵, 2007년
‘현명한 ETF 투자자: 상장지수펀드의 모든 것’, 리처드 페리 지음, 이건 옮김, 리딩리더, 2012년

5. 주식 투자: 실전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조엘 그린블라트 지음, 안진환 옮김, 이상건 감수, 알키, 2011년
‘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 버튼 G. 맬킬 지음, 이건· 김홍식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9년
‘왜 채권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 서준식 지음, 스노우볼, 2015년

6. 주식 투자: 심화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와튼스쿨 제러미 시겔 교수의 위대한 투자철학(5판)’, 제러미 시겔 지음, 이건 옮김, 이레미디어, 2015년
‘투자의 네 기둥: 시장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성공 투자의 토대’,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2009년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켄 피셔·제니퍼 추·라라 호프만스 지음, 우승택·김진호 옮김, 비즈니스맵, 2008년
‘안전마진: 캐나다의 워렌 버핏 피터 컨딜의 투자 비밀’, 크리스토퍼 리소-길 지음, 김상우 옮김, 부크온, 2014년

7. 행동경제학
‘머니 앤드 브레인: 신경경제학은 어떻게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가’, 제이슨 츠바이크 지음, 오성환·이상근 옮김, 까치, 2007년
‘탐욕과 공포의 게임: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이용재 지음, 지식노마드, 2008년

8. 부동산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마음은 왜 다른가’, 박원갑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2014년
‘부동산은 끝났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오월의봄, 2011년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 이재범·김영기 지음, 프레너미, 2016년

9. 인구 변화
‘인구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홍춘욱 지음, 원앤원북스, 2006년
‘다가올 10년 세계경제의 내일: 인구경제학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 클린트 로렌 지음, 강유리 옮김, 원앤원북스, 2013년
‘100억 명: 전 세계 100억 인류가 만들어낼 위협과 가능성’, 대니 돌링 지음, 안세민 옮김, 알키, 2014년

10. 한국 경제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교역으로 읽는 세계사 산책’, 케네스 포메란츠·스티븐 토픽 지음, 박광식 옮김, 심산, 2003년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김시덕 지음, 메디치미디어, 2015년
‘중종의 시대: 조선은 어떻게 유교국가가 되었는가’, 계승범 지음, 역사비평사, 2014년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 한국사의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너머북스, 2013년
‘기아와 기적의 기원’, 차명수 지음, 해남, 2014년
‘한국형 시장경제체제’, 이영훈 엮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4년

가나자와金沢 여행 -1-

"좋구만 가나자와" 가나자와 역 츠즈미몬 앞의 분수 시계. 분수가 변하며 글씨를 보여주기도 하고 시간을 알려준다. ©Jaehojaeho
“좋구만 가나자와” 가나자와 역 츠즈미몬 앞의 분수 시계. 분수가 변하며 글씨를 보여주기도 하고 시간을 알려준다. ©Jaehojaeho

사실 더 이상 혼자 여행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하기 싫은 프로젝트의 끝을 좀 더 기쁘게 기다리고 싶어서 무작정 고마츠小松 공항으로 가는 티켓부터 끊었다. 하지만 여행을 계획할 시간도 미처 없었다. 보통 스프레드시트에 여행지에서 할 일을 시간대별로 정리해왔지만 이번에는 가나자와에 가는 전날까지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사실 가나자와가 교토처럼 볼 거리가 많지도 산재되어 있지도 않아 이틀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긴 했다. 그래서 큰 욕심 없이 유유자적하면서 오는 것이 계획이었다.

가나자와 시는 이시카와石川 현의 가장 큰 도시다. 이시카와 현은 츄부中部 지방으로 분류되고 특히 이시카와 현을 포함해 한국의 동해에 인접한 현들을 호쿠리쿠北陸 지방이라고 한다. 가나자와까지는 고마츠 공항으로부터 JR을 탈 경우 1시간 정도, 리무진을 탈 경우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2015년 3월 호쿠리쿠 신칸센北陸新幹線이 개통되면서 일본 지방 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가나자와의 주요 관광지는 가나자와 성 공원과 겐로쿠엔兼六園 인근에 몰려있다. 그래서 신칸센을 타고 가서 하루 안에 주요 관광 스팟을 도는 코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직항편 사정상 약간 미련하게 3박 4일의 일정을 잡았다. 사실 마지막 날은 돌아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사실상의 3일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꽤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가나자와라면 가나자와 역金沢駅, 가나자와 성 공원金沢城公園, 겐로쿠엔兼六園,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 이시카와현립미술관石川県立美術館, 오미쵸 시장近江町市場, 히기시차야거리ひがし茶屋街에 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가나자와 여행 중에 갔던 곳들 중 기억에 남는 곳을 정리해봤다.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 ©Jaehojaeho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 ©Jaehojaeho

나 역시 가나자와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과 이시카와현립미술관石川県立美術館에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다지 관심 없는 전시가 진행 중이라 실제 유료 전시는 보지 않고 21세기미술관의 야외 작품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왔다. 두 곳을 나와서 어디에 갈까 어슬렁거리다가 적벽돌 건물을 발견했다. 평소 적벽돌 건물을 너무 좋아해서 무작정 가봤는데 알고 보니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이었다.

감동적인 자판기 음료 맛을 느낀 휴게실. ©Jaehojaeho
감동적인 자판기 음료 맛을 느낀 휴게실. ©Jaehojaeho

이 박물관은 육군 병기고로 쓰이던 적벽돌 3개로 구성되어 있고 ‘이시카와 적벽돌 뮤지엄いしかわ赤レンガミュージアム’이라고도 한다. 가장 왼쪽의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과 가장 오른쪽의 카가혼다박물관加賀本多博物館이 함께 있다. 나는 역사박물관만 둘러봤는데 이시카와 현의 전반적인 역사라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대신 멋진 건물 사이에 있는 박물관의 휴게실에서 보는 경치가 좋았고 특히 자판기에서 뽑은 아이스 마챠 라떼가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다. 그리고 일반인과 대학생 요금이 구분되어 있는데 나에게 대학생이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웠다.

카호쿠 시의 이온몰

카호쿠 시는 가나자와 시로부터 JR 나나오 선七尾線으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시골이다. 갑자기 시로탄しろたん이라는 이름의 하프 물범 캐릭터에 빠진 여친님 조공을 사기 위해 시로탄 IP를 갖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요코クリエティブヨーコ의 공식 스토어를 검색해 봤는데, 이시카와 현에는 카호쿠 시에 있는 이온몰에만 있었다. 가나자와 시에서 40분 정도 거리라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틀 동안 가나자와에 있으니 딱히 할 게 없어져서 일본의 시골도 구경할 겸 가 보기로 했다.

우노케 역宇野気駅. ©Jaehojaeho
우노케 역宇野気駅. ©Jaehojaeho

이온몰에 가기 위해서는 우노케 역宇野気駅에 내려야 했다. 우노케 역은 정말 한적한 역이었다. 역장 한 명이 모든 사무를 다 볼 수 있을 만큼 작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몰에서는 카호쿠 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순환하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카호쿠 역이 몰로 가기 전 마지막 정류장인데 10분 정도를 기다려 버스를 타니 정말 할머니들일 많았다. 평일 이른 시간이어서 그랬겠지만 특이하게도 할아버지는 한 분도 없었다.

카호쿠 시에 있는 이온몰은 정말 시골 한 복판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갔을 때 사우스 베이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오지 같은 시골은 아니었지만 시골 한 가운데에 2층 규모의 넓은 몰이 있었니 뭔가 생경했다. 1층의 절반은 마트라 캐릭터를 파는 가게가 없을 듯해 2층으로 올라갔는데, 2층에 디즈니 캐릭터를 파는 곳이 있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주토피아를 너무 재밌게 본 탓에 주토피아 굿즈를 파는 곳에서 한참 망설였는데 그냥 작은 피규어 2세트만 사고 왔다. 주디 홉스 경관의 녹음되는 당근 펜도 팔고 있었는데 그걸 사오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다.

그날의 목적이던 시로탄을 파는 매장은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옷 가게에 샵 인 샵 형태로 들어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시로탄을 사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몰에서 나왔다. 원래는 시로탄을 사러 갔을 뿐인데 일본 시골에 있는 몰을 체험해서 신기했다. 특히 노년층이 시간을 때우는 곳으로서의 몰을 본 것 같아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보고 온 느낌이었다. 다만 도농격차가 극심한 한국의 지방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긴 힘들고 경기도 권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가나자와 역金沢駅

가나자와 역 밖에서 본 츠즈미몬鼓門과 모테나시 돔もてなしドーム. ©Jaehojaeho
가나자와 역 밖에서 본 츠즈미몬鼓門과 모테나시 돔もてなしドーム. ©Jaehojaeho

가나자와 역은 철골 구조의 모테나시 돔もてなしドーム와 츠즈미몬鼓門으로 유명하다. 역 동문을 나오자마자 광장에 있는 두 구조물은 사진 찍기가 참 좋다. 츠즈미몬 앞에 있는 시계 분수도 볼 거리다. 가나자와 역은 철도뿐만 아니라 각종 버스의 기점이자 종점으로 인근에는 호텔들이 있고 가나자와 100번가金沢百番街에 있는 린토Rinto, 안토あんと 등의 몰이 있다. 딱히 살 만한 것은 없었따. 호쿠테츠버스北鉄バス에서 발행하는 1일 프리 패스도 역 동문 앞 부스에서 살 수 있다.

두 번째 포스트에서는 가나자와에서 먹은 음식, 교통편, 숙소 위치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가나자와 시의 자전거 쉐어링, 마치노리

마치노리 안내판. ©Jaehojaeho
마치노리 안내판. ©Jaehojaeho

가나자와 시는 자전거 쉐어링 서비스인 마치노리まちのり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을 의미하는 마치まち와 타는 것을 말하는 노리のり의 합성어다. 참고로 가나자와 시는 휴일에만 100엔으로 가나자와의 주요 관광지를 갈 수 있는 순환 버스인 마치바스まちバス도 운영 중이다.

기본적인 방식은 가나자와 시의 주요 지점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포트ポート라고 한다)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아무 보관소에 반납하면 된다. 자전거의 대여와 반납은 보관소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할 수 있다. 가격은 1일에 200엔인데, 대여 후 20분 안에 반납하기만 한다면 대여 횟수의 제한은 없다. 하지만 대여 후 20분이 지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즉 조금 먼 거리까지 가야 한다면 한 보관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그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목적지까지 가면 20분 이상의 거리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반납한 자전거를 바로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등록된 IC 카드를 자전거 옆에 터치하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서 비밀번호를 이용해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Jaehojaeho
등록된 IC 카드를 자전거 옆에 터치하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서 비밀번호를 이용해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Jaehojaeho

나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도쿄 모노레일을 타면서 샀던 IC 카드가 있어 그것을 인증키로 사용했다. IC 카드를 이용하면 대여와 반납이 훨씬 간편해진다. 자전거 옆에 있는 IC 카드 인식기에 카드를 터치하면 자물쇠가 풀리고, 반납할 때는 자전거를 보관하는 위치에 놓기만 하면 끝난다.

마치노리에서 대여하는 자전거. 앞에 바구니가 달려 있고 기어를 조절할 수 있다. ©Jaehojaeho
마치노리에서 대여하는 자전거. 앞에 바구니가 달려 있고 기어를 조절할 수 있다. ©Jaehojaeho

나는 여행 세 번째 날에 마치노리를 이용해 가나자와 역에서 가나자와 성 공원까지, 코린보에서 오미쵸 시장까지, 오미쵸 시장에서 가나자와 역까지 이동했다. 자전거를 정말 오랜만에 타서 자전거를 타는 일 자체가 재밌었다. 그리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호쿠테츠 버스北鉄バス에서 운영하는 1일 프리 패스의 가격은 500엔이다. 물론 날씨가 좋지 않거나 자전거 타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버스가 낫겠지만 나는 마치노리가 너무 재밌었다. 가장 큰 단점은 낮술을 하지 못했다는 점.

다만 보관소의 위치를 찾기가 어려운 게 아쉬웠다. 가나자와 여행 3일째라 어느 정도 가나자와의 길을 알게 됐다고 생각했으나 직접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마치노리 공식 홈페이지에 보관소의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긴 했으나 구글 맵을 이용해 바로 찾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주소라도 적어 놓았으면 주소를 복-붙해서 찾아갔을 텐데 그렇게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전거에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자전거 따릉이 보관서 실시간 현황.  서울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 캡처.
서울자전거 따릉이 보관서 실시간 현황. 서울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 캡쳐.

자전거로 한 가나자와 여행이 너무 재밌어서 서울시에도 이런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있나 찾아봤는데, 역시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지 못한 것은 서울자전거 따릉이의 보관소 위치가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서울이 자전거 이용에 친화적인 도시가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가나자와 시의 규모가 서울보다는 작긴 하지만 저녁에는 마치노리를 타고 퇴근하는 분들도 있었다. 서울에도 진짜 자전거 공유 경제가 있으면 좋겠다.”